[폴 크루그먼]中, 지구 태우는 ‘탄소의 제국’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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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5 15:29
2009.06.05 <동아닷컴>
요즘은 환경주의자들에게 희망의 시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한 대응방침을 밝혀 왔다. 미국 의회도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cap-and-trade system)’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만일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세계 각국이 따라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의 경제개발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중국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가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전망은 불과 몇 년 만에 훨씬 비관적으로 변했다. 기후 학자들이 내놓은 최신 예측은 거의 종말론에 가깝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훨씬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비관론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6년에서 2006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다. 앞선 10년에 비해 훨씬 빠른 증가 속도다. 중국은 올 1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석탄이며, 2015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30%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이러한 결정은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
필자는 중국을 방문해 온실가스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격한 반응에 부닥쳤다. 서구 국가들이 경제개발 시기에 제한을 받지 않았는데, 중국만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이긴 하지만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현재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책임은 중국이 아니라 서구 부자 나라들이 과거에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인들이 옳다. 서구 국가들이 경제발전 시기에 직면하지 않았던 탄소배출 제한을 중국에만 강요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불공평하다는 사실만으로 진실을 바꾸진 못한다. 만일 중국이 과거의 서구처럼 무분별한 개발을 되풀이한다면 지구는 멸망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또 중국은 외국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에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 상품을 구매하는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부과하는 ‘탄소세’도 자유무역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거부한다. 그러나 중국 상품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어디에서든 계산돼야 한다. 중국의 문제는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있다. 중국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펼친다면 중국은 탄소배출을 늘리지 않더라도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의 절반 정도인데 미국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은 결국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생각보다 이른 시일 안에 관세나 수출 제한 형태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은 보호무역주의라고 강하게 불평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지구 자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면 세계화란 헛된 구호일 뿐이다. 지금은 지구를 구할 때다. 좋든, 싫든 중국도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타이베이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