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자 눌려있던 땅이 솟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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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녹자 눌려있던 땅이 솟아올라"

쏘니 0 6,851 2009.05.20 10:48
2009.05.20 <조선닷컴>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50년 전 가족이 함께 이사 왔을 땐 바닷속에 잠겨 있던 땅이었는데, 1998년에 9홀짜리 골프장을 만들 정도로 물 빠진 땅이 늘었어요. 이젠 9홀 더 만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미 알래스카 주도(州都) 주노(Juneau)의 해안 지역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모건 드보어(DeBoer)씨는 "땅이 계속 솟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물에 잠기는 해안과 섬 지역이 늘어난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알래스카에선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알래스카에서 빙하 수십억t이 녹아 사라지면서 해안 지대에 위치한 주노와 인근 지역 땅들이 솟아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람이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나면 소파의 눌린 부위가 다시 솟아오르는 것처럼, 빙하가 녹으면서 눌려 있던 땅이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주노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주민들의 주업인 연어잡이에 미칠 영향이다. 빙하 녹은 물이 흘러들어 주변 바다가 탁해지고, 땅이 솟아오르면서 연어가 회귀하는 냇물과 수로들이 말라붙고 있다.

브루스 버텔로(Botelho) 주노 시장은 "연어는 우리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에도 깊이 연관돼 있다. 수로가 말라붙어 연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습지가 마른 땅으로 변하면서 이웃 간 소유권 분쟁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알래스카 사우스이스트 대학의 에런 후드(Hood) 교수는 "지난 200년간 주노의 땅은 해수면 기준으로 3m 넘게 솟아올랐고, 2100년까지는 1m 더 높아질 것"이라며 "주노 주변을 걷다 보면 바다가 초원과 숲으로 바뀐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가 땅으로 바뀌는 '역(逆) 상전벽해(桑田碧海)'인 셈이다. 미국 지질연구소의 브루스 몰니아(Molnia) 박사는 "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현상뿐 아니라, 태평양 판이 북미 판을 밀어붙이는 지각판 운동까지 겹치면서 땅이 놀라운 속도로 빨리 솟아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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