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0 <광남일보>
한국석유공사가 하반기 해외 중견 석유사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자금력을 갖춘 국민연금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협상을 진행중이며 민간기업에도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매물은 인수금액과 보유유전 규모가 올해초 인수한 페루의 페트로텍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 성공시 안정적인 원유수입선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 석유사 인수를 위해 석유공사가 금융기관, 민간기업을 포함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며 "연내에는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구성되는 컨소시엄은 올초 정부가 발표한 '2009년 해외 자원개발 추진전략'의 일환이다. 정부는 당시 석유공사와 함께 연내 일일생산규모가 10만~20만배럴 수준 인 중견 해외석유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올들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까지 떨어지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유전 가격이 절반이하로 폭락했다.콜롬비아가 100여개 광구를 국제입찰에 부치는 등 자국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유국들이 잇따라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제3세계를 중심으로 기세를 높이던 자원민족주의가 경제위기 여파로 수그러든 것 역시 해외자원개발 기업에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회사나 광구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60~70%까지 떨어진 상태"라며"올해 하반기가 해외 광구 인수에는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석유공사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해외 유전인수도 활발해지고 있다.
SK에너지는 해외 광구 몇 곳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사업성을 검토중에 있으며 지난해 2차 자격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이라크 유전개발사업도 재도전에 나설 방침이다. SK 에너지는 올해 자원개발에만 4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일 생산량 1만8000배럴의 미국 멕시코만 생산광구 인수에 성공했던 삼성물산은 현재 총 10개 유전 및 가스광구에서 생산과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트레이딩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석유광구 추가 인수는 물론 석탄, 구리광산 개발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올해 북미에 있는 생산유전(육상)을 투자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70~150bp 사이이던 가산금리가 올들어 550~600bp까지 치솟는 등 돈줄이 마른 기업들이 매물을 눈 앞에 두고도 군침만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멕시코의 볼레오 동광 인수를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추진하다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겨 결국 중단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 자원개발기업에 대한 성공불융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석유공사에 돌아가는 성공불융자를 줄이고 민간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석유공사 (1000억원)와 광물자원공사(100억원)가 자원개발펀드를 조성해 오는 9월 중 첫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10년간 20조원을 자원개발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아직까지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자원개발 사업 에 뛰어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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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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