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0만년 공룡화석이 인간의 친척?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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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09:16
2009.05.21 <일간경기>
4700만년 전 공룡 화석이 인간과 매우 유사한 형체를 띄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의 화석이 베일을 벗은 것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의 자연사박물관. 인류의 조상인 영장류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이 화석은 신체의 일부가 사람과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놀라움을 안겨준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20일 ‘인간의 멀고 먼 친척일 수 있다“며 이 생명체가 모두 5가지 부분에서 인간과 닮았다고 구체적으로 기술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다(Ida)’라는 이름이 붙은 이 화석은 고양이 만한 크기로 생후 10개월만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WSJ는 거의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이 화석은 대단히 희귀한 사례라면서 첨단 X레이 기술을 통해 죽기전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화석의 원 소장자인 노르웨이 오슬로 박물관의 욘 후럼 박사는 “이 화석은 이빨과 발가락은 물론, 손가락끝의 손톱처럼 보이는 것들이 달려 있다”고 전했다.
고생물학자들은 현재까지 화석에 부분적으로 남은 이빨과 턱 등 뼈조각들을 통해 초기 생물체가 진화한 역사를 추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 화석은 고고학적 연구에 획기적인 성과를 가져다 줄 실마리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아이다는 그간 알려진 인류의 초기 조상인 영장류와 원숭이의 유사성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아이다는 현재의 4700만년 전 독일 근처에 숲에서 살던 민첩하고 독립적인 암컷 포유류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제켄베르그 연구소의 옌스 프란젠 연구원은 이다가 고등 영장류의 대표라고 할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다를 인류의 조상으로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선을 긋고 “아이다는 우리의 멀고 먼 할머니가 아니라 멀고 먼 고모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과의 유사성을 말해주는 아이다의 몇가지 열쇠 중 하나는 이빨을 들 수 있다. 포유류 진화 전문가인 홀리 스미스 미시건대 교수는 이빨을 통해 볼 때 아이다는 한 살이 사람의 3~4년에 해당되며 수명은 스무살 정도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저널이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다는 첫째 발목의 뼈와 정강이 부분이 사람과 흡사하다. 하등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둘째는 손톱과 발톱이다. 이것들은 고등동물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손목 부위로 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넷째는 얼굴 부위로 원숭이보다는 고생인류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앞쪽을 향한 눈이다. 덕분에 사물을 3차원적으로 구별할 수 있고 거리 가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다의 화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집가로 1983년 프랑크푸르트 인근 채석장의 구덩이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지역은 화석들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보존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수백만년전에 있었던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화구호(火口湖)’호가 각종 곤충과 어류, 조류, 포유류 등 기타 생물체들의 거대한 공동묘지와 같은 역할을 해서 많은 화석들을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5년전 발견된 ‘아이다’의 화석의 가치가 이번에 확인된 것은 사연이 있다. 당초 이 화석은 발굴 직후 두 조각으로 분리돼 하나는 미국 와이오밍의 한 사설 박물관에 팔렸고 나머지는 한 수집가에게 넘어간 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화석 박람회’에 처음 등장했고 오슬로 박물관이 이를 사들인 것. 오슬로 박물관의 후럼 박사는 “당시 화석을 100만 달러에 팔겠다고 했지만 그보다는 적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두 개의 화석이 하나로 복원되면서 많은 단서들이 나오게 됐다. 후럼 박사와 일단의 과학자들은 지난 2년간 극비리에 연구를 했고 오늘과 같은 결과물을 낳게 됐다.
통상 많은 과학적 발견들이 그러하듯이 아이다에 관한 자료들은 ‘링크’로 불리는 책으로 소개됐고 이달말에는 미국의 TV 다큐프로로 소개될 예정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미시건대의 고생물학자 필립 깅거리치 교수는 “아이다를 통해 초기 영장류의 진화에 대해 중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자세한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로 이름 높은 사이언스나 네이처지에 실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효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