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탈크' 105개 제약사에 공급 파장 확산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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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7 18:50
[한국일보 2009년 4월 9일 화요일]
알약 코팅용도로 약 1000여개 제품 사용
확인돼도 복용중단 어려워 불안감 증폭
화장품은 1개사 5개 제품 판매 금지·회수
석면이 검출된 탈크가 국내 105개 제약회사의 알약 코팅원료로 공급된 것으로 밝혀져 '석면 탈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베이비파우더나 화장품은 소비자가 제품을 바꾸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만, 약의 경우 환자들이 복용을 중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6일 국내 38개 탈크 원료 제조 및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덕산약품을 비롯해 국전약품, 그린제약, 대신무약, 대흥약품, 화원약품, 화일약품, 영우켐텍 등 8개 업체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 채광(採鑛)으로 탈크를 제조해온 영우켐텍을 제외한 6개 업체는 모두 덕산약품으로부터 탈크를 공급 받아 제약회사 등 완제품 제조회사에 납품한 중간 공급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에 따르면 덕산약품은 화장품회사 1곳(㈜로쎄앙)과 제약회사 105개사, 병의원 및 의료기기 업체 180여개사 등 총 300여개 완제품 제조회사에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주로 수술용 장갑을 만들 때 탈크를 사용하고 있다.
덕산약품은 그러나 식품회사 등 다른 업종의 업체에는 탈크를 공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은 현재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 등이 어떤 품목에 석면 탈크를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중이다.
이번에 덕산약품의 탈크를 공급받은 제약회사가 105개 업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탈크는 알약 코팅 용도로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석면 탈크를 사용한 약 제품이 대략 1,000여개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치료를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석면 탈크를 사용했다 해도, 다른 약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식약청 관계자는 "의약품의 특성상 석면 탈크를 사용한 품목을 확인되더라도, 판매 금지 등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조치할지 등에 대해 현재 전문가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석면을 직접 먹었을 때 인체에 대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석면을 호흡기로 흡입됐을 때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만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2005년 "먹어서 섭취한 석면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식수에 대한 석면 가이드 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 통상 약을 제조할 때 탈크가 적게는 0.1%에서 많게는 4%가 사용되지만, 실제 완제품 조사에서는 석면이 검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식약청 설명이다. 그러나 약의 경우 환자가 동일 제품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식약청은 이날 석면이 검출된 탈크를 제조한 덕산약품으로부터 탈크를 공급 받아 화장품을 제조한 ㈜로쎄앙의 5개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 및 회수 명령을 내렸다. 판매가 금지된 제품은 '로쎄앙 휘니쉬 훼이스 파우더', '로쎄앙 더블쉐이딩 콤팩트'(10호, 20호), '로쎄앙 퍼펙션 메이크업 베이스', '로쎄앙 퍼펙션 훼이스 칼라' 등이다.
●탈크
우리 말로 활석이라고 한다. 표면이 무른 암석으로 주요 성분은 마그네슘이다. 불에 잘 타지 않고 열과 전기가 잘 전달되지 않으며 분말끼리 잘 달라붙지 않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도료, 종이, 내화ㆍ보온재, 화장품, 의약품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탈크는 석면을 함유한 사문암과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채굴한 탈크에 석면이 남아있게 된다. 따라서 탈크를 가공할 때 석면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들은 이런 공정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