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1일: 헤럴즈경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9일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약품 1122개를 판매금지ㆍ회수 조치하면서 의료계와 시민들 모두에 혼란에 휩싸였다. 식약청은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있는 약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내리면서 제약업계의 반발을 샀다. 11개 품목을 제외한 약품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유예 기간도 없었고,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식약청은 10일 판매금지 대상 약품을 1122개에서 1080개로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식약청이 조치를 내린 다음날인 10일 오전부터 일부 제약업체의 직원들은 항의서한을 들고 청사 앞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일반인들 사이에 지명도가 높은 약품 ‘인사돌’을 제조하는 동국제약 측은 “문제가 된 덕산약품의 탈크 원료를 사용해 2월 시험 생산했지만 유통된 제품은 없다”며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그 전에 일본산 탈크로 만든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이 판매금지 대상 약품 목록에 올렸다”고 전했다. 또 D 제약 등은 “2006년에 덕산약품의 원료를 쓴 제품을 내놓았던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 유통되는 약품들은 일본산 탈크로 만든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국민들의 혼란은 한층 더 심각한 수준이다. 대체할 수 있는 약품이 없어 이번 조치의 유예 대상이 된 11개 약품을 계속해서 복용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고혈압으로 수년 간 약을 복용해온 이모(61ㆍ여) 씨는 부정맥용제인 알말정이 포함됐다는 얘기를 듣고 “유예 대상 약품에 혈압약도 끼어있다는데 그걸 지금까지 먹어왔는지도 모르겠다”며 “별 탈 없이 있다가 이런 얘기 나오니까 괜히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진해거담제로 쓰이는 바미픽스정과 이파라돌, 만성호흡기 질환과 알러지성 과민증상에 쓰이는 브로스포린과 속코정, 구토 증상을 막는 보나링에이, 위궤양에 쓰이는 가스론엔, 비뇨생식기 질환에 쓰이는 세나설트질정, 기타 순환계용의 엔테론정에 대해서도 그 효능과 적용 증상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선 약국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용산구 S 약국의 약사 신모(50) 씨는 “식약청에 금지 약품을 조제하려 하면 알림창이 뜨게 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금지 품목이 쓰이는 걸 막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그 작업이 언제 완료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우리 약국에 대상 품목이 있는지 없는지 목록 보고 일일이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혼란을 빚으면서 일각에서는 식약청의 조치가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다는 명목하에 졸속으로 이뤄진 것 아닌가”하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경기도 광명의 주부 정모(54) 씨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사람들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백웅기 기자(
kgung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