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5 <매일경제>
최근 우리나라에 발생한 극심한 가뭄이 강수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여름철에 집중되는 빗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장 이덕배 박사는 15일 수원시청에서 열린 '제8회 빗물모으기 국제워크숍 및 제3회 수원 물포럼'에서 "우리나라 2000년대(2000~2007년) 연평균 강수량이 1천470㎜로 세계 평균 973㎜에 비해 많은데도 불구, 여름철에 편중된 강수특성상 지난해 9월부터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풍부한 빗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970년대 1천272㎜에서 2000년대 1470㎜로 1.16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나 1.27배로 증가한 여름철과 달리 겨울철은 0.9배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여름철 편중이 심해져 겨울과 봄철 용수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복되는 가뭄의 대안으로 댐 건설과 지하 관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물도 이동거리에 따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특성이 있기에 사용처와 가까운 곳에 '소형 물 창고'를 만들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콘크리트, 아스팔트 중심의 국토이용계획은 이제 멈춰야 하고 식량자원과 수자원, 맑은 공기를 제공해주는 농경지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논 1㏊가 도로나 주택, 공단 같은 불투수(不透水) 토지로 바뀌면 연간 3천865㎥의 지하수가 보충되는 기반이 파괴돼 결과적으로 지하수자원 고갈을 가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가뭄피해를 겪은 태백시와 인근 영월군, 봉화군의 논면적 비율, 인구 1인당 강수량, 불투수 대지면적을 비교한 결과 태백시의 논면적 비율과 인구당 강수량이 가장 적고 불투수 대지면적이 가장 많았다"며 "강수량은 적지않으나 상주인구와 유동인구, 개발면적이 많은 것이 가뭄 피해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중식 수원시 환경국장은 국내 첫 레인시티(빗물이용도시) 사업계획을 설명하면서 "수원시에 내리는 전체 빗물의 70%(1억1천920만㎥)를 잘 받아 관리하면 현재 10%인 물자급률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빗물집수시설로 하루 1만2천50㎥를 모아 이용할 경우 46억원의 수돗물값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원시와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농촌진흥청 공동주최로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은 서울시와 수원시의 빗물모으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등 각국의 빗물 전문가들이 빗물관리에 관한 제도, 사례,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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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