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희귀 광물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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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0 11:49
[중앙일보 2007년11월19일]
일본이 아프리카에서 ‘희귀 광물 외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백금(白金)이나 희토류(稀土類)와 같은 귀한 광물을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광물질은 주요 산업의 기초 소재로 이용 가치가 매우 높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산업상은 15일부터 17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를 잇따라 방문해 희귀 금속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일본은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서 몇 걸음 앞서가고 있는 유럽의 대형 업체와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이번 회담에 이토추(伊藤忠)·소지쓰(雙日) 등 종합상사 경영진을 여러 명 대동했다.
남아공에서는 공동 지질조사를 통해 희귀 금속을 일본이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남아공은 자동차의 배기가스 정화 촉매 등에 사용되는 백금 생산량이 전 세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크롬 광석 생산량도 40%를 넘는다. 이 나라에는 자석의 원료가 되고 휴대전화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도 엄청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남아공과 투자 협정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조만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이 아프리카 국가와 투자 협정 협상을 하기는 처음이다.
보츠와나와는 일본의 첨단 위성기술을 이용해 공동으로 자원 탐사를 하기로 했다. 일본 위성을 통해 촬영한 지질 화상을 분석해 희귀 금속이 묻혀 있는 곳을 찾는 작업이다.
일본 정부는 단순히 희귀 금속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이런 금속의 탐사와 채굴, 가공까지 종합적으로 책임지면서 이 나라의 경제개발까지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돈으로 자원을 산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20%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함으로써 아프리카를 돕는 친구가 되겠다는 뜻이다. 보츠와나의 페스투스 모가에 대통령은 일본의 이런 제안에 “남부 아프리카를 돕는 진정한 프로젝트”라며 크게 환영했다.
일본이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희토류를 비롯한 희귀 금속이 산업의 생명줄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희귀 금속은 액정TV·PC·자동차 등 하이테크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소재다. 그러나 매장돼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가격은 최근 5년 새 4~10배로 뛰었다. 유가 상승폭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희토류(Rare Earth Element)=지구상에 아주 희귀한 원소로,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다. 광학유리·전자제품 등 첨단산업의 소재로 활용된다. 주로 디스플레이 원료와 미사일 유도장치, 화학반응 촉매제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