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열점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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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열점 움직인다”

쏘니 0 8,957 2009.04.17 10:07
2009.04.17 <donga.com>

美로체스터大연구팀, 200㎞ 이상 이동가능 주장

과학자들, 화산번개 생성원리 등 새 연구결과 발표

11일 ‘진화론의 고향’으로 유명한 남미 갈라파고스 제도의 ‘라쿰브레’ 화산이 폭발했다. 3일에는 칠레 ‘야이마’ 화산이, 지난달 18일과 22일에는 남태평양에 있는 통가의 ‘훙가하파이’ 화산과 미국 ‘리다우트’ 화산이 각각 폭발했다. 한 달 새 지구 곳곳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난 셈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자연 환경이 파괴된다. 그러나 화산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화산 폭발은 좋은 연구 기회다. 화산이 폭발할 조짐만 보이면 연구자들은 분화구와 산 주변에 온갖 첨단 장치를 설치하고 폭발을 기다린다. 특히 최근 화산 폭발과 맞물려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 화산재-수증기 부딪혀 방전현상 일으켜

1월 미국 알래스카의 리다우트 화산의 정상이 높아지며 폭발 징후가 보였다. 마그마가 올라와 꼭대기에서 부풀어 오른 것. 이를 포착한 미국 뉴멕시코공대 연구팀은 화산 정상에 ‘번개 지도 장치’를 설치했다. 이 장치는 대기 중에 발생하는 전기 입자의 위치와 양을 잡아낸다.


두 달이 지난 3월 22일 마침내 리다우트 화산이 폭발했다. 번개 지도 장치는 화산에서 분출된 뜨거운 공기 속의 전기 입자를 포착해 번개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 사진은 이달 7일 미국과학재단(NSF)이 세계에 공개했다.

화산 번개는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는 작은 태풍이나 토네이도라고 할 수 있는 ‘화산성 메조사이클론’ 때문에 생긴다.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화산 속에 작은 태풍이 생기는 원리를 밝혀내 과학학술지 ‘네이처’ 3월 26일자에 발표했다.

화산성 메조사이클론은 화산이 폭발하며 분출된 뜨거운 공기가 위로 빠르게 상승하며 생기는 강한 회오리바람이다. 이 회오리바람은 태풍이나 허리케인보다는 작지만 화산재와 뜨거운 기체로 이뤄져 있다. 불안정한 대기 속에서 화산재나 수증기가 서로 격하게 부딪히며 양극(+)이나 음극(―)의 성질을 갖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방전되며 번개를 일으키는 것이다.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손영관 교수는 “예전에는 지질학자가 주로 화산을 연구했지만 최근에는 대기과학자의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화산 활동으로 발생하는 회오리바람이나 화산재 구름은 항공기 운항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강한 상승기류가 일어나 번개를 동반한 회오리바람이 발생한다. 사진 제공 네이처 
 



○ 열점이동현상, 하와이 생성과정 새 해석 제기

지구과학 교과서를 보면 화산이나 대륙이동설과 관련해 꼭 나오는 말이 ‘열점’이다. 열점은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약한 지각을 뚫고 나오는 곳으로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열점은 움직이지 않고 거의 고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열점 때문에 생겨난 대표적인 섬이 하와이 열도다. 먼저 고정된 열점에서 화산이 폭발하며 첫 섬이 만들어진다. 지구를 덮고 있는 지각이 움직이면 섬은 옆으로 이동한다. 다시 열점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새로운 섬이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여러 개의 섬이 이어진 열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해석은 ‘대륙이동설’의 중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열점’이 실제로는 적지 않은 거리를 이동한다고 ‘사이언스’ 4월 3일자에 밝혔다. 예전에는 열점의 ‘뿌리’가 땅속 700km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5000만 년 전 지구 표면의 자기장과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 내부를 분석했다. 이 결과 열점의 뿌리는 땅속 1200∼1500km 깊이에 있으며 열점이 200km 이상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의 주장을 학계에서 인정하면 과학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

최근 화산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화산 폭발이 대규모 재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도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화산 폭발이 잦으면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지구의 온도가 떨어질 수 있다. 반면 화산이 폭발할 때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가스를 배출하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 양면성을 함께 갖고 있는 셈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지구는 아직 젊기 때문에 내부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화산 폭발이나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며 “첨단 장비를 이용해 지구의 많은 화산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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