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라 지구야, 미안하다 지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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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라 지구야, 미안하다 지구야!"

쏘니 0 4,704 2009.04.20 14:41
2009.04.20 <오마이뉴스>
 

"미안하다 지구야, 미안하다 지구야, 지구야! 사랑한다."

휴일 낮, 서울시민들의 지구사랑 고백이 울려 퍼졌다. 지난 19일 오후, 지구의 날을 앞두고 주말을 맞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로부터 "나도 지구견"이란 팻말을 달고 주인을 따라 나선 강아지들에 이르기까지 지구 대표들이 남산에 모여 지구의 날 걷기행사를 진행하였다.

국내에서 열아홉 번째 맞이하는 지구의 날 행사의 시작을 여는 이벤트로서 이번 행사는 한국환경회의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주최 하에 지구의 날 기획위원회와 걷기 클럽의 공동 주관으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남산 백범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땅, 우리의 하늘, 우리 모두를 살리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필요한 행동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모으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는 지구의 날 선언문(1970년 4월 22일, 뉴욕에서 선언됨)은 이날 2백여 시민들이 왜 이 자리에 모였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 내용이 여전히 힘 있는 이유는 그 필요성이 점점 더 절실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쉼표 하나, 지구를 위한 걷기 퍼레이드

예년에 비해 조촐하게 치러진 이번 행사는 "쉬어라 지구야"라는 타이틀을 서울 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걷기대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간단한 오프닝 행사에 이어서 모임 장소인 남산 백범광장을 시작으로 회현역-명동역-충무로역-남산 한옥마을을 지나 남산 산책로를 따로 돌아오는 약 4km 구간을 약 1 시간가량 걸었다.

4월 중순임에도 벌써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는 지구를 왜 쉬게 해주어야 하는지를 명백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도심을 통과하는 전반부의 코스에서 참가자들은 쉬지 못하는 지구의 신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휴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차들로 넘쳐났고, 그로 인해 지구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오랜만에 걸어서 아픈 다리보다도 지구를 향한 미안함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남산을 끼고 도는 산책로는 어느 새 아름다운 꽃길이 되었고, 나무마다 시원한 푸르름의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자연을 품은 지구의 호흡은 상쾌하고 청명했다. 산길로 들어서자마자 지구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지구야 미안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부모들의 입에선 그 미안함이 고백처럼 흘러나왔다. 그 고백을 듣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걸었을까? 아마도 그 아이들 세대는 지구와 좀 더 친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쉼표 둘, 지구를 위한 생일 파티

걷기 퍼레이드는 출발지인 백범광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쳐졌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함께 광장으로 다시 모여서 지구를 위한 생일 파티 등 몇 가지 공식 행사들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이 돌아오는 동안에 지구 애드벌룬이 띄워져 있는 광장 중앙에서는 재활용 생활용품을 악기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연주가 진행되었고, 모 대학의 환경노래패의 공연도 진행되었다. 지구의 날을 맞이해 준비한 생일파티의 내용들이었다.

"사랑하는 지구의 생일 축하합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떡 케이크에 건강한 지구에 대한 염원을 담은 촛불을 꽂아 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함께 떡을 떼고, 유기농 먹을거리로 만든 주먹밥을 나눠먹으면서 지구사랑은 더욱 커져만 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이 "다지구다"라는 정신이 백범광장에 두루 퍼졌다. 이 기운이 서울 전역에, 아니 이 나라와 전 세계에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구를 위한 생일파티에 담겨 있었다.

 

쉼표 셋, 지구를 살리는 실천지침

광장 주변에서는 버려진 깡통이나 패트병들을 이용해서 생태화분을 만드는 코너도 있었고, 손수건이나 재생휴지 활용하기, 걷기생활화 등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되었다. 애기별 잔디 화분을 만들어 지구사랑 실천 의지를 보여준 어린이의 모습이 미래 지구를 향한 희망으로 다가왔다.

이번 행사는 지구를 살리는 각종 실천지침을 나누고자 하는 큰 뜻이 있었기에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였다. 평소보다 좀 더 많이 걷기, 일회용 종이컵 대신 개인컵을 사용하기, 휴지대신 손수건이나 재생용지휴지 사용하기, 그 외에 각자가 생각하는 지구를 쉬게 하는 방법 찾기가 행사의 본뜻이었다.

모든 것이 다 지구를 위해서 의미 있는 일들이다. 이런 작은 일들이 실천되어야만 지구를 살릴 수 있다. 마음은 간절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지구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퍼레이드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과제 수행을 위해 참석했다가 그 미안한 마음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지구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리포트에 담기로 했다.

오늘도 지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생태계의 생명을 유지해주고 있다. 지금껏 무분별한 개발 논리로 지구를 괴롭혔다면 이제는 좀 쉬게 해 주어야 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네이버의 걷기클럽을 포함해서 많은 시민단체들이 지구를 쉬게 해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지구로부터 생명을 공급받고 있는 모든 개인과 그 개인들로 구성된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제야말로 우리는 '하나뿐인 지구'를 더 이상의 파멸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전 국민이 새로운 생활자세를 확립함은 물론 지구상의 모든 나라, 모든 민족과 더불어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에 직면하고 있다." 지구의 날 전문에 들어 있는 이 당위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은 지구를 지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아울러 전 지구적 시민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2009년도 지구의 날에 모든 생명체들의 노력과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국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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