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질까 봐 어떻게 사세요”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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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09:33
2009.05.11 <제주의소리>
얼마 전 일이다. 미국을 방문 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전기자동차 제조회사 테슬라모터스를 찾아 리튬이온전지로 운행되는 스포츠카를 시승했다. 그러다가 시승차가 갑작스럽게 시야에서 사라지자 동행한 의원들은 “(운전을 한 다이아미드 오코넬 부사장의) 신원조회는 했느냐” “헬기를 띄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10여 분 뒤 돌아온 박 전 대표는 안도하는 의원들에게 “(그런 게 걱정되면) 하늘이 무너질까 봐 어떻게 사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나 한치 앞도 모르는 ‘무한경쟁의 정글’ 에 살면서 차라리 나 혼자만의 ‘기우(杞憂)’ 로만 끝났으면 하고 바라지만 실제로 그리 녹녹치 않은 아슬아슬한 일들이 연일 생겨나고 있다.
지난 6일 지식경제부는 새정부 지역발전정책인 ‘5+2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세부 프로젝트를 확정, 발표했다. 즉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5+2광역경제권’ 선도산업과 관련해 제주지역 선도산업 프로젝트로 물산업(제주워터 글로벌 브랜드기반 구축)과 관광레저산업(리조트 기반형 MICE산업 선진화)을 최종 확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제주권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비전으로 물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이 선도산업으로 확정하고 세부 프로젝트로는 먹는 샘물과 기능성 음료수출 산업화, 水치료 프로그램 등을 아우른 ‘제주워터 글로벌 브랜드 기반 구축’과 함께 ‘리조트 기반형 MICE산업 선진화 전략’ 등을 확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광역경제권 선도 산업·프로젝트로 물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이 선정돼 타 권역에 비해 지원우선권을 가지게 됐고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해왔던 모든 산업발전 전략들을 모두 관광산업과 연계해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제주지역의 산업구조가 관광과 연계하여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융·복합화로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주지역 모든 산업의 관광산업과의 연계 전략은 제주지역 산업구조의 효율화·선진화 방향과 일치하고 있어 무척 다행이다.
그러나 물산업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이 된다. 정부가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지정한 물산업 발전에 찬물을 끼얹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물부족’, ‘물기근’, ‘물고갈’, ‘물분쟁’, ‘기후변화’ 등을 접할 때 마다 제주 물산업의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든다.
한편 지난 7일 기상청에 따르면 급격한 도시화로 한반도에서의 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1세기 말에는 제주에서 겨울철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한반도의 기후는 아열대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가뭄과 호우 등 기상이변 현상도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강수량의 지역별 편차가 심화되면서 지역에 따라 가뭄 및 호우 등 상반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주변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오른 탓에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의 위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지구 전체가 처한 물 기근과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물의 상품화와 물 분쟁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블루골드'의 공저자였던 모드 발로는 『물은 누구의 것인가』 라는 저서에서 현재 지구의 물이 세 가지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한다. 담수 공급원의 고갈과 물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성, 거대기업의 물에 대한 영향력 증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의 물산업이 ‘기후변화’와 ‘물의 위기’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이것이 하늘이 무너질까 하는 나만의 기우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자원이란 언젠가는 고갈되기 마련이고 자원으로서의 물은 분명 무한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바다로 흘러갈 물을 뽑아내서 쓰는 것이고 뽑아내는 물의 양도 웬만한 골프장 하나에서 사용되는 물보다도 많지 않다고 알고 있기는 하지만 먼 나라 이과수폭포 물의 양이 10년 전에 비해 1/8이나 줄어들었다고 하고 가까운 천제연 폭포 물이 내 어릴 적에 비해 엄청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마냥 걱정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내 후손이, 미래세대가 현재 제주 물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까, 혹은 현세대와 미래세대간의 자원개발의 격차, 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가 짐짓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쌓여간다.
그렇다고 아무런 자원개발도 안하고 물산업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만 견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냥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당장 먹고 살 거리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제주의 물산업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선순환구조 형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물산업의 확대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예를 들면 물 보전, 세대간 개발격차 해소, 도민 소득 내실화 등)에 대해서도 물산업 인프라구축사업에 포함시켜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제주 물산업의 지속가능발전과 선순환구조 형성을 위해서는 제주 물산업이 ‘녹색성장’의 차원에서 육성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녹색성장의 핵심적 키워드가 ‘환경과 경제의 상생’과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이기 때문이다. 즉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선(善) 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하며 환경과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발전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 진관훈 경제학 박사 ⓒ제주의소리
또한 자원의 개발이라는 차원으로만 물산업을 한정시키지 말고 물(水)과 문화(제주문화), 관광(녹색관광)과 연계하여 물산업을 ‘물문화산업’, ‘물문화관광산업’, ‘물문화관광콘텐츠’ 로의 승화를 모색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바이오+건강’에서 나아가 ‘물+문화+관광+웰빙’ 으로의 산업적 성숙을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모드 발로가 제안한 ‘물 보전’과 ‘물 정의’, ‘물 민주주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고민과 실천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아무쪼록 제주의 물산업이 알퐁스 도데의 ‘황금뇌를 가진 사나이’ 에서와 같은 비극적 종말을 맞지 아니하고 제주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산업으로 자리 메김하여 이러 저런 나의 걱정이 하늘이 무너질까 봐 걱정하는 기우로만 끝나기를 바란다. / 진관훈 경제학 박사 <제주의소리>
<진관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