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1 <조선닷컴>
온실가스 감축 실패 대비 미(美), 냉방기술 본격 연구 "기후조작 재앙" 비판도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면, 지구의 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지구 전체를 냉각시키는 '에어컨'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과학 분야의 조언을 하는 최고위급 인사인 존 홀드런(Holdren)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온난화를 막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지구의 기후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미 에너지부 산하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도 최근 인공적인 기후 조절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각국의 온실 가스 감축 노력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어렵다"는 내용의 유럽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스티븐 솔터(Salter)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으로 지구 온도를 낮추는 대안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 중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은 이산화황처럼 햇빛을 반사하는 성질의 가스를 대기 중에 살포해 햇빛 차단막을 형성하는 것이다.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1991년 폭발했을 때에 내뿜은 2000만t의 이산화황은 실제로 성층권에 막을 형성해, 지구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0.5도 하강시켰었다. 이 현상을 인공적으로 재현하자는 것이다. 그랭어 모건(Morgan) 카네기 멜론대 교수는 "항공기 몇 대와 연간 1000억달러(약 125조원)의 예산이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온난화를 상쇄할 수 있다"고 온라인 시사잡지인 슬레이트에 말했다.
비교적 저렴한 햇빛 차단 기술로는 바닷물을 흡입해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특수 선박을 바다에 띄워 인공 구름막을 형성하는 방법이 있다. 전문가들은 500여척을 운영하는 데 연간 약 9조4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밖에 파력(波力)으로 작동하는 펌프로 차가운 심해수를 퍼 올려 수온을 낮추는 방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시키기 위해 철분을 바다에 뿌리는 방안 등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적인 기후 조작이 지역별로 홍수와 가뭄 등 환경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살포하면 인간과 동식물에 해로운 산성비가 내리고, 인도와 사하라 사막 주변 지역에 극심한 가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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