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5 <조선닷컴>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16일 맑음. …대장선이 홀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 포탄과 화살을 비바람같이 쏘아대건만 여러 배는 관망만 하고 진군하지 않아 사태가 장차 헤아릴 수 없게 되었다. …여러 장수를 돌아보니 아직도 다들 물러나 먼바다에 있었다. …우리를 에워싼 적선 서른 척을 쳐부수자 적선들은 물러나 달아나 버리고 다시는 우리 수군에 감히 가까이 오지 못했다. 실로 천행(天幸)이었다'(난중일기).
▶1597년 9월 백의종군 끝에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은 배 12척을 이끌고 왜선 130여척을 격파했다.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에 있는 울돌목(명량·鳴梁)의 빠른 물살을 이용한 기적 같은 승리였다. 울돌목은 '바다가 우는 길목'이라는 뜻이다. 물살이 너무 빨라 '우르릉' 하는 굉음을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바로 그 울돌목이 무공해 청정에너지의 메카로 변신했다. 울돌목 조류발전소가 그제 준공식을 갖고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발전용량 1000㎾ 규모로 430가구에 전기를 댈 수 있고 2013년까지 9만㎾로 늘릴 계획이다. 울돌목의 물살은 초속 6m쯤으로, 거의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한강에 홍수가 나 자동차가 떠내려갈 정도로 물살이 빨라질 때 속도가 초속 2.3m가량 된다. 그런 빠른 물살의 힘으로 바람개비처럼 생긴 수차(水車)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울돌목 외에 진도 주변 장죽수도(水道)나 맹골수도처럼 물살이 빠른 지역에서도 약10년 후 까지 40만㎾ 규모 조류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발전 용량으로 보면 밀물과 썰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조력(潮力) 발전이 더 유망하다. 내년 말 완공되는 시화호 조력발전소(25만㎾)와 충남 서산 가로림만 발전소(48만㎾)를 비롯해 석모도와 인천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조력발전소 용량을 모두 합치면 220만㎾가 넘는다. 원자력발전소 2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바다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이 밖에도 다양하다. 우선 끊임없이 출렁이는 파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파력(波力) 발전'이 있다. 바닷속 깊은 곳과 표면의 온도 차를 이용한 '해양온도차 발전',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곳에서 일어나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한 '염도(鹽度)차 발전'도 있다. 아직은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상용화되면 화석연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다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