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관리원 출범 기획 연재 1 / '검사는 뿌리다'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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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6 10:33
2009.05.25 <알경뉴스>
세계 최초 비노출검사기법 美ㆍ日서 특허
베트남 등 자원부국에 선진 관리기법 전수
지난 2007년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사석유 유통 현황을 파악한 결과 2005년 한 해 동안 국내에 유통된 휘발유중 최대 10%가 가짜 석유제품으로 탈루 세금만 1조원대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국회 안경률의원은 용제의 비정상적인 소비량 급증 추이 등을 감안한 결과 유사휘발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을 2003년 이후 3년간 총 1조7649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한국주유소협회에서는 해상유 불법 벙커링을 포함해 세금탈루액을 최대 4조원대까지 분석한 바 있다.
조사주체 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통적인 대목은 유사석유로 탈루되는 세금 규모가 천문학적 규모라는 점이다.
2005년 기준 정부가 휘발유에서 걷은 교통세가 4조9686억원을 기록했고 교통세에 연동되는 교육세와 주행세 등을 포함하면 총 12조8729억원에 달했으니 약 10% 가까운 세금이 새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해 기준 내수 휘발유 소비량이 약 100억 리터였으니 유사석유로 탈루되는 세금만 차단하면 리터당 100원 정도의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도 유도할 수 있다.
유사휘발유가 환경이나 자동차에 미치는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02년 세녹스 파동 이후 길거리 유사휘발유가 만연해지고 품질도 갈수록 조악해지고 있는데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정품 휘발유에는 0.1% 이하로 엄격히 규제하는 메탄올이 유사휘발유에는 많게는 75%까지 함유되고 있다.
길거리 유사석유판매상들은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며 사업하는 주유소 경영에도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게 된다.
유사석유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정상적인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범 사회적인 해악(害惡)이 되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 1983년 국내 유일의 석유품질관리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당시 석유품질검사소)을 설립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지능적인 불법 유통, 첨단기술로 잡는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지하에 이중 탱크를 만들어 놓거나 석유관리원의 검사 차량을 피하기 위해 리모콘을 조작해 정품과 불법석유를 자유롭게 선택해 주유하는 장치까지 개발하고 있다.
저장탱크 안에 또 다른 저장탱크를 매설해 소비자에게는 유사석유를 판매하고 단속에는 정품을 내미는 치밀함까지 동원되고 있다.
2002년 세녹스로 대표되는 길거리표 유사휘발유가 시장에 등장한 이후 정부는 유사석유 사용자 처벌 법안까지 만들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데도 인터넷을 통한 거래나 배달 판매 방식 등으로 음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고유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버스나 화물차, 운전면허학원 같은 대형 석유 자가소비처들도 값싼 유사석유 사용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유사석유를 제조하고 유통하고 사용하려는 측의 집요함이나 치밀함 만큼 한국석유관리원의 검사 대응 능력이 진화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인데 그 결과는 유사석유 관리 시스템을 선진국에 수출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전 세계 최초로 비노출검사차량을 개발, 상용화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국제 특허를 획득했고 EU에는 특허 출원 상태다.
‘비노출검사차량’이란 품질검사 대상 사업자가 단속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판매 석유제품의 시료를 채취하고 현장에서 유사석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첨단 장비다.
불법적인 주유소 사업자들이 단속차량을 식별하고 정품을 주유하는 편법을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인 셈인데 현재 석유품질관리원은 휘발유 검사 차량 14대와 경유 검사 차량 9대 등 총 23대의 비노출검사 시험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석유품질관리원은 지난 2007년 11월 전국 지자체 석유담당 공무원과 주유소 업자들을 대상으로 비노출검사에 대한 반응을 설문조사했는데 응답자의 약 87%가 예방효과가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용제의 수급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유사석유 원료 창구를 틀어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데 석유품질관리원은 ‘용제수급상황보고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용제의 불법 유통과 실수요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선제적 노력에도 한창이다.
그 결과 유사석유 대표격이었던 휘발유의 품질 불합격율은 0.3~04%로 크게 낮춰지면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고유가의 여파로 서민 상업용 연료인 경유와 등유가 불법 석유의 주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 김월중 기술상무는 “정상적인 석유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시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석유관리원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최근 석유품질검사수수료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한해 석유 불법유통으로 탈루되는 세금 규모가 약 1조8000억원 정도에 달하는데 석유관리원의 활동으로 이중 약 20%에 해당되는 3600억원만 방지할 수 있더라도 석유품질관리에 소요되는 재원의 약 30배가 넘는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원 부국에 석유품질관리 기법 전수
설립 이후 석유제품에 대한 시료 채취와 검사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는 석유관리원을 국내 유일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정밀도 비교 시험 기관의 위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정밀도 비교 시험이란 각 기업이나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험기기들의 관리 상태나 시험방법의 차이 등 각종 조건에 따라 분석 결과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관리원이 배포하는 동일한 시료를 통해 품질관리에 필요한 시험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값 분석으로 시험기기의 상태를 점검하며 오차의 원인을 밝혀내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와 관련해 석유관리원은 휘발유와 경유, 등유, LPG 등 수송용 연료는 물론이며 윤활유, 그리스, 아스팔트, 바이오디젤 등에 대한 정밀도 비교 시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진 품질관리 기법은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는데 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 국내 자원개발기업들이 한창 원유를 채굴하고 정제시설 건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베트남에 2년여에 걸친 석유품질기술지원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 결과로 2007년에 베스트 MOU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베트남 과학기술부 차관 등 고위 간부 8명이 직접 석유관리원을 찾아 첨단 시험장비와 시스템을 둘러 보고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베트남 이외에도 태국, 동티모르 등 신흥 자원부국인 아세안 주요 국가들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석유품질관리기법을 전수하고 우리나라의 표준화된 품질관리시스템 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월중 기술상무는 “우리나라의 석유품질관리시스템이 아세안 주요 국가에 전파되면 국내 정유사들이 현지 국가의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거나 석유 수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선진국들과도 정보 교류 사업을 확대중이데 2007년 이후 동북아 3개국이 참여하는 한중일 석유기술회를 개최하고 있고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관련 행사가 열리게 된다.
1983년 유사석유를 뿌리뽑겠다는 단순한 배경으로 설립된 이후 26년동안 석유품질검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매진해 온 석유관리원은 이제 전 세계에 석유 품질관리 기법과 기술을 전수하고 수출하는 에너지자원 대사(大使)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석유가스신문 김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