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지구환경의 변화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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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10:11
2009.06.18 <디지털타임스>
"유조선 탱크에 쇳가루를 좀 채워주면 나는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 수 있다."
어느 해양생태학자의 말이다.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의 문제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 북극곰에게 필요한 빙하도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걱정해야 할 것은 더운 지구가 아닌 추운 지구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간빙기의 마지막 단계로 알려져 있으며 화석에너지를 고갈시킨 인류는 추위가 온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뜨거워진 지구를 식혀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는 산업화로 인한 과도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다.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로 변환되기 때문에 지구의 광합성을 늘리면 지구의 온도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지상에 산림을 늘리면 되지만 오히려 반대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에서 광합성이 가능한 미생물의 양을 증가시키면 어떨까? 그동안 해조 등을 포함한 해양 미생물은 바다에 질소(N)와 인(P)이 부족하여 증식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해양학자들이 철(Fe)의 공급(해양에서의 철의 이동)과 해양 플랑크톤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보니 질소나 인보다 철에 의해서 개체수의 변화가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철이 부족하니까 철을 바다에 뿌려주면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증가하여 지구의 온도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물론 빙하기가 될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곤란하겠지만. 우리가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에 걸리는 것처럼 철은 산소의 이동, 여러 효소의 작용, 핵산의 복제 등 생리작용에서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철은 지구상에서 네 번째로 풍부한 원소인데 어떻게 모자랄 수가 있을까?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는 산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철의 용해도가 아주 낮아 섭취하기가 어렵다. 인체의 경우는 철을 페리틴과 같은 복합 단백질 등으로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이용한다. 미생물도 생장을 위해서 철을 필요로 하지만 Fe(III)는 광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미생물은 이를 직접 이용할 수 없다.
미생물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먼 옛날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대기에는 산소가 없어 미생물이 환원된 형태인 Fe(II)를 이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합성에 의하여 점점 산소가 증가되어 이용할 수 있는 철은 점점 귀해져서 미생물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미생물들은 철을 녹여 세포 내로 이동시킬 수 있는 시데로포어(Siderophore)라는 유기물질을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시데로포어는 철(Sidero)의 이동자(phore)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현재 약 300개 이상의 구조가 알려져 있다. 미생물이 생장을 위해서 철이 필요하면 시데로포어 생성 관련 유전자에 의한 단백질의 발현을 통하여 시데로포어 분자를 조립한다.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시데로포어는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철과 Fe(III)-시데로포어 결합체를 형성한다. 이 결합체는 미생물의 막단백질을 통하여 세포내로 이동되어 철을 공급하게 한다.
시데로포어는 미생물뿐만 아니라 식물에서도 발견되며 인간의 면역세포와도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데로포어의 연구가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질병과도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심장병, 암 등 무서운 병이 많지만 아직도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률도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다.
만약 세균들이 만드는 시데로포어 생성을 억제시키는 기술이 있다면 이들에 의한 감염을 줄일 수 있다. 항생제의 남용 등으로 인하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미생물이 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이다.
항생제의 내성의 원인 중에 하나는 미생물이 세포로 흡수된 외부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약물의 전달 방향을 세포 밖에서 세포안쪽으로 촉진시키면 항생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시데로포어와 항생제를 결합시킨 미생물의 자살유도 항생제가 연구되고 있다.
철이 고픈 질병균들은 Fe(III)-시데로포어-항생제 복합구조를 자신이 내보낸 시데로포어인줄 착각하고 세포내로 받아들인다. 영양제가 아닌 사약을 먹은 이들의 운명은 여기에서 끝이다. 미생물의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과학자들의 능력이다.
김상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센터 환경대사체연구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