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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나이와 저어콘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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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09:29
2009.07.02 <경남도민일보>
사람의 나이를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오늘로부터 그 사람의 출생일을 빼면 된다. 그러면 지구의 나이는 어떻게 알까? 학생들에게 지구의 나이가 얼마냐고 물으면 대략 46억 년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왜 그런 나이가 구해졌느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답을 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외우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아는 지구의 나이 46억 년, 더 정확하게 45억 4000만 년은 1950년대 중반 미국의 클레어 패터슨이란 과학자가 처음으로 구한 이후에 가장 적절한 지구의 나이로 취급됐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는데, 지구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거의 동시기에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패터슨의 나이는 지구의 나이가 아니다. 운석의 나이라고 해야 옳다. 다시 말하면 운석의 모천체인 소행성대가 지구와 거의 동시기에 형성되었음을 전제로 구한 나이다.
현대 과학은 지구와 소행성대를 포함한 태양계의 행성들이 거의 동시기에 형성되었음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운석의 나이가 지구의 나이로 간주하고 있다.
광물 '저어콘' 분석으로 나이 추정가능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오랜 나이는 얼마일까? 현재까지 암석의 나이로 가장 오랜 것은 캐나다의 퀘벡 북부지역에 분포하는 각섬암이란 암석으로 약 43억 년의 나이가 알려졌다. 이 나이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46억 년과는 3억 년의 차이가 난다. 암석이라는 지구물질로 얘기하는 한 지구의 역사 중에서 처음 3억 년은 잃어버린 시간이 되는 셈이다. 암석은 장구한 지구 역사 속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생겨나고 없어지고를 반복한다. 따라서 암석의 나이가 43억 년이라는 의미는 지구가 43억 년보다 오래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암석이 재순환되는 과정에서조차 오랜 기억을 지우지 않고 간직하는 물질이 있다. 암석 속에 포함된 특별한 존재, '저어콘'이란 광물이다. 지구의 나이와 지구의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커다란 관심을 두고 연구 대상으로 삼는 광물이 저어콘이다. 저어콘이 간직한 오랜 기억, 즉 가장 오랜 지구의 나이는 44억 년 부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좀 더 지구 나이에 가까워진다.
저어콘이 지구 나이를 구하는 중요한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 광물 속에는 우라늄계열의 원소들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라늄과 납의 동위원소는 물질의 나이를 매우 정확하게 구하는 데 이용된다. 광물 속에 포함된 우라늄과 납의 동위원소를 질량분석기를 사용하여 측정하면, 그 광물이 생성된 절대 나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연대 측정 가능한 장비 도입
저어콘의 우라늄-납 연대는 보편적으로는 저어콘을 녹이고 난 후 질량분석기로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저어콘을 녹이지 않고 직접 저어콘 결정 내부를 분석하여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과학기술의 진보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 측정방법은 하나의 저어콘 결정 내에도 여러 가지 나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저어콘이 겪은 여정은 지구의 역사만큼이나 복잡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저어콘 결정의 중심부의 어딘가에 아주 오래된 옛 지구의 기억이 남아있는 것이다.
지구 물질의 나이를 결정하기 위한 최신의 기법, 즉 저어콘 결정의 여기저기를 측정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지구역사를 규명하는 방법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고가의 첨단연구장비를 갖추어 국내 학자들의 공동활용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에서 작년 말 고분해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를 설치하였는데, 이 기기를 사용하면 저어콘 광물에 대한 매우 정밀한 연대 측정이 가능하다. 현재 가동하고 있으며 곧 대외 지원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나라의 물질에 대한 정밀한 나이를 손쉽게 구할 길이 열린 것이다.
지구물질의 나이를 구하는 과학자들은 언젠가 우리의 장비로 측정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덕유산의 바탕은 25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불쑥 솟아있는 화강암의 산들은 2억 년 전에 생겨났으며, 1억 년 전에는 거기에도 화산이 폭발했어요' 라고. 지구의 인생에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저어콘이 가진 옛 기억 속에서 지구의 나이가 구해질지도 모른다.
/좌용주(경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사람의 나이를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오늘로부터 그 사람의 출생일을 빼면 된다. 그러면 지구의 나이는 어떻게 알까? 학생들에게 지구의 나이가 얼마냐고 물으면 대략 46억 년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왜 그런 나이가 구해졌느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답을 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외우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아는 지구의 나이 46억 년, 더 정확하게 45억 4000만 년은 1950년대 중반 미국의 클레어 패터슨이란 과학자가 처음으로 구한 이후에 가장 적절한 지구의 나이로 취급됐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는데, 지구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거의 동시기에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패터슨의 나이는 지구의 나이가 아니다. 운석의 나이라고 해야 옳다. 다시 말하면 운석의 모천체인 소행성대가 지구와 거의 동시기에 형성되었음을 전제로 구한 나이다.
현대 과학은 지구와 소행성대를 포함한 태양계의 행성들이 거의 동시기에 형성되었음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운석의 나이가 지구의 나이로 간주하고 있다.
광물 '저어콘' 분석으로 나이 추정가능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오랜 나이는 얼마일까? 현재까지 암석의 나이로 가장 오랜 것은 캐나다의 퀘벡 북부지역에 분포하는 각섬암이란 암석으로 약 43억 년의 나이가 알려졌다. 이 나이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46억 년과는 3억 년의 차이가 난다. 암석이라는 지구물질로 얘기하는 한 지구의 역사 중에서 처음 3억 년은 잃어버린 시간이 되는 셈이다. 암석은 장구한 지구 역사 속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생겨나고 없어지고를 반복한다. 따라서 암석의 나이가 43억 년이라는 의미는 지구가 43억 년보다 오래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암석이 재순환되는 과정에서조차 오랜 기억을 지우지 않고 간직하는 물질이 있다. 암석 속에 포함된 특별한 존재, '저어콘'이란 광물이다. 지구의 나이와 지구의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커다란 관심을 두고 연구 대상으로 삼는 광물이 저어콘이다. 저어콘이 간직한 오랜 기억, 즉 가장 오랜 지구의 나이는 44억 년 부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좀 더 지구 나이에 가까워진다.
저어콘이 지구 나이를 구하는 중요한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 광물 속에는 우라늄계열의 원소들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라늄과 납의 동위원소는 물질의 나이를 매우 정확하게 구하는 데 이용된다. 광물 속에 포함된 우라늄과 납의 동위원소를 질량분석기를 사용하여 측정하면, 그 광물이 생성된 절대 나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연대 측정 가능한 장비 도입
저어콘의 우라늄-납 연대는 보편적으로는 저어콘을 녹이고 난 후 질량분석기로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저어콘을 녹이지 않고 직접 저어콘 결정 내부를 분석하여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과학기술의 진보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 측정방법은 하나의 저어콘 결정 내에도 여러 가지 나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저어콘이 겪은 여정은 지구의 역사만큼이나 복잡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저어콘 결정의 중심부의 어딘가에 아주 오래된 옛 지구의 기억이 남아있는 것이다.
지구 물질의 나이를 결정하기 위한 최신의 기법, 즉 저어콘 결정의 여기저기를 측정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지구역사를 규명하는 방법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고가의 첨단연구장비를 갖추어 국내 학자들의 공동활용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에서 작년 말 고분해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를 설치하였는데, 이 기기를 사용하면 저어콘 광물에 대한 매우 정밀한 연대 측정이 가능하다. 현재 가동하고 있으며 곧 대외 지원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나라의 물질에 대한 정밀한 나이를 손쉽게 구할 길이 열린 것이다.
지구물질의 나이를 구하는 과학자들은 언젠가 우리의 장비로 측정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덕유산의 바탕은 25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불쑥 솟아있는 화강암의 산들은 2억 년 전에 생겨났으며, 1억 년 전에는 거기에도 화산이 폭발했어요' 라고. 지구의 인생에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저어콘이 가진 옛 기억 속에서 지구의 나이가 구해질지도 모른다.
/좌용주(경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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