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7 <매일경제>
만화에 나오는 최초의 육지동물은 다리 달린 물고기 정도로 단순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 바다에서 나와 처음 뭍에 오른 동물들은 생김새가 몹시 험상궂었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고생물학자들이 해부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가운데 일부는 악어처럼 생겼고 어떤 것은 도마뱀이나 곰치, 또는 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여년 동안 이들 원시동물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사지(四脂)동물로 불리기도 하는 최초의 육지 등뼈동물들은 일반인들의 상상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포유동물과 조류, 공룡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 뭍에 올라와 육지 대부분 지역에 살았던 이들 네 발 동물은 크기가 10㎝에서 5m까지 매우 다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런 다양성에 따르는 해부학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현생 물고기를 연구하는 미국의 학자들과 함께 3억8천500만~2억7천500만년 전 사이에 살았던 35종의 초기 사지동물 화석을 분석했다.
이들은 두개골의 입천장을 구성하는 뼈들을 통해 몸 크기와 모양을 유추하고 이 부위에서 맞물리는 뼈들의 길이와 폭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전체적인 골격의 진화 과정을 보다 상세하게 그려냈다.
이렇게 도출된 뼈의 길이와 크기 변화를 사지동물 계보에 적용한 결과 연구진은 모든 뼈들이 같은 속도, 또는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은 한 계보에서 다음 계보로 넘어갈 때 모습이 전반적으로 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즉, 몸 크기의 변화는 때로 생김새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진화 과정 전반에 걸쳐 몸의 여러 부위가 각기 다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종마다 몸의 형태가 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변화는 종들이 성체가 돼서도 조상의 유년기에만 나타나는 형질을 그대로 간직하는 이른바 `유형(幼形)진화'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초기 육지동물이 어째서 그처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지를 설명해 줄 뿐 아니라 물고기에서 양서류로 이행하는 육지에서의 생명체 진화 과정을 밝혀주는 단서가 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로써 남게 된 큰 의문은 "오늘날의 양서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것이라면서 "한 가지 가정은 이들이 초기 사지동물로부터 유형진화와 축소 방식으로 진화했으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youngnim@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