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로 '전기차(車) 리튬전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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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로 '전기차(車) 리튬전지' 만든다

쏘니 0 6,483 2009.07.09 09:49
2009.07.09 <조선닷컴>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리튬' 뽑아내는 흡착제 그물 개발 일(日)제품보다 효율 높고 환경친화적
연(年) 2억달러 수입대체 효과 낼듯
바닷물로 전기자동차용 전지(電池)를 만드는, '봉이 김선달' 같은 발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에서 바닷물에 포함된 리튬을 뽑아내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회수된 리튬은 전자제품이나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리튬 2차전지(충전식 전지)에 들어간다. 리튬은 미래 에너지원인 핵융합발전의 원료로도 쓰일 수 있다. 바닷물이 청정에너지의 새로운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리튬 잡는 미세 그물 개발

바닷물 1L에는 리튬이 0.17㎎ 들어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00년부터 바닷물의 리튬을 뽑아내는 연구에 들어가 지난 5월 고성능 리튬 흡착제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국토해양부는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오는 1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홀에서 민간기업 대상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이제 리튬 그물을 바다에 던지면 된다. 바닷물에는 리튬 외에도 나트륨, 칼슘, 칼륨 등의 원소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리튬은 이들 원소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따라서 흡착제에 다른 원소들이 끼어들 수 없다. 리튬이 흡착제 그물에 걸리면 원래의 리튬망간산화물이 된다.

이후 바다 위 공장에서 분리농축공정을 진행한다. 바닷물에 담갔던 흡착제를 건져 올려 2층 수조로 보낸다. 여기서 약한 염산으로 흡착제에서 리튬을 떼어낸다. 이때 나오는 것은 염산에 들어 있는 염소와 결합한 염화리튬이다.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은 탄산리튬이다. 때문에 염화리튬에 다시 알칼리인 수산화나트륨을 처리해 최종적으로 탄산리튬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탄산리튬 용액은 공장 3층으로 보내 물을 빼내는 농축과정을 거친다.

◆녹차 티백 기술을 응용

흡착제는 지름 10㎛(10만분의 1m)인 아주 고운 분말 상태다. 바닷물에 그냥 넣었다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흡착제 분말을 플라스틱(PVC)과 섞어 비비탄 크기의 구슬로 만들었다. 망에 구슬을 넣고 바닷물에 넣었다가 끌어올리는 식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것은 이와 달리 얇은 막 안에 흡착제 분말을 넣은 형태다. 지질자원연구원 이환 박사는 "녹차 티백과 같은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막 안으로는 바닷물이 들어갈 수 있지만 흡착제 분말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막 구조의 흡착제는 일본의 구슬 형태보다 장점이 많다. 일본의 흡착제는 1회용이지만 막 흡착제는 리튬을 떼어내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일본 흡착제는 PVC가 들어가 효율이 국내 개발 제품보다 30% 정도 떨어진다. 일본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환경유해물질이 많이 사용되는 단점도 있다.

리튬 회수 공장은 육지에도 세울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냉각수로 바닷물을 사용한다. 바닷물은 원자로를 식힌 다음 바다로 배출된다. 육지에서 리튬 회수를 하려면 모터를 돌려 바닷물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버려지는 냉각수를 쓰면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바닷물은 온도가 높아 리튬 회수율이 높은 장점도 있다.

소금 공장이나 해양심층수 처리 공장도 활용할 수 있다. 소금을 뽑아내고 남은 바닷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울산의 소금회사인 한주화학에서 실험 단계의 리튬 회수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고성의 해양심층수센터에도 같은 시설이 가동 중이다.

◆연간 2억달러 수입대체 효과 기대

우리나라는 전지용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1만t을 들여오는 데 6억달러를 썼다. 이차전지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 데 비해 지상의 리튬은 7~8년 후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돼 각국이 리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정강섭 박사는 "바닷물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연간 2만t의 전지용 탄산리튬 생산이 가능해 약 2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는 '자원대국'이 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민간기업과 함께 앞으로 5년간 시험플랜트를 운영해 2015년쯤 상용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정강섭 박사는 "일본이 3년간 연간 1300t 규모의 플랜트를 운영한 결과 2007년 기준으로 바닷물에서 회수한 리튬이 수입가의 3배 정도로 나왔다"며 "아직 플랜트를 운영해보지 않았지만 원천기술의 우수성으로 볼 때 일본보다 훨씬 경제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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