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5 <매일경제>
벼락이 떨어진 자리의 흙에 생명체와 관련된 희귀한 화학물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져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디스커버리 채널이 보도했다. 미국 투산 소재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구진은 아프리카ㆍ호주의 사막과 미국 전역에서 풀구라이트(섬전암)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다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화학물질인 아인산염(HPO3)과 차아인산염(H2PO2) 성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지구 표면에는 초당 44번 꼴로 끊임없이 번개가 치고 있으며 그 결과 모래와 흙이 녹아 유리질의 관 모양 암석인 풀구라이트를 형성하게 된다.
연구진은 해마다 낙뢰로 생기는 이들 화합물의 양이 2~3t에 불과하지만 현대의 박테리아가 지금도 아인산염을 먹는 능력이 있는 것은 태초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인산염을 산화시켜 인산염으로 만드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데 이것은 E.콜리 박테리아를 비롯한 많은 토양 박테리아에 들어있다. 이 박테리아의 역사가 얼마나 긴 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매우 오래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억년 전 지구에는 아인산염과 차아인산염 성분을 함유한 수많은 운석들이 우박처럼 쏟아졌는데 이 두 종류의 화합물은 인산염보다 쉽게 물에 녹아 최초의 생명체가 먹기 좋은 상태였을 것이라고 이들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아인산염과 차아인산염은 초기 미생물에게는 필수적인 양분이었을 것이며 훗날 유기체들이 암석에 갇힌 풍부한 인산염과 접촉하면서 먹이를 바꾸긴 했지만 이런 물질을 먹는 능력은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의 생명체들은 박테리아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옛날과 마찬가지로 인산염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우리의 뼈 구조와 대사 작용, DNA는 모두 인산염 이온(PO4)를 화학적 기초로 삼고 있으며 우리가 먹는 모든 물질의 1%는 인산염이다.
벨파스트 대학의 존 퀸 교수는 "이 연구는 오늘날의 미생물들이 어떻게 이런 형태의 인을 물질대사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 설명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인은 초기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 요소였으며 우리는 지금도 이를 상기시켜주는 생물학적 성질을 갖고 있다"고 논평했다.
youngnim@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