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4 <조선닷컴>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오는 7월 30일 오후 4시40분,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로호(KSLV-I)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과학강국 대한민국의 꿈을 담아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라는 기염을 토해내듯 나로호는 섭씨 3000℃의 엄청난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는다. 직경 2.9m, 길이 33m, 무게 140t의 육중한 로켓에 저궤도 인공위성인 100㎏급 과학기술위성2호(STSAT-2)를 싣고 떠나는 나로호의 이후 발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또 나로호 발사에는 어떤 과학 기술들이 숨겨져 있는 걸까.
발사 어떻게 진행되나
수직 비행→1단 엔진 분리→2단 엔진 점화→위성분리
306㎞ 궤도 오르면 일단 성공, 13시간 후 첫 위성 교신
발사 시간은 오후 4시40분부터 2시간 동안으로 예정돼 있다. 나로호는 발사 처음 25초 동안 900m를 수직으로 솟구친다. 그 뒤 남쪽으로 날기 위해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날아가면서 속도를 더한다. 발사 4분 뒤인 오후 4시44분, 2단 로켓 속에 든 위성을 보호하던 덮개 페어링이 벗겨지고 발사체 1단 엔진이 분리돼 바다 위로 떨어진다. 이때 고도는 지상 177㎞. 1단이 낙하하는 지점은 필리핀 동남쪽 공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2분35초 뒤 2단 고체 엔진이 자동 점화돼 계속 우주로 날다 발사 약 9분 후인 4시49분, 300㎞의 고도에서 연료를 다 태우고 난 2단 로켓이 위성과 최종 분리된다. 2단에서 분리된 과학기술위성2호가 목표 궤도(고도 306㎞)에 오르면 일단 성공이다. 제 궤도에 자리를 잡은 과학기술위성2호는 발사 13시간 후인 7월 31일 오전 5시40분께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와 첫 교신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 ‘스페이스클럽’에 이름을 올린다. 스페이스클럽은 위성을 자력으로 궤도에 올린 국가들을 뜻한다.
우리의 땅에서 처음 발사되는 나로호에 실려 우주에 도착하는 과학기술위성2호는 과학실험 및 천체 관측 용도의 소형 인공위성이다. 지구 저궤도를 돌면서 약 2년간 초음파 관측기인 마이크로파 라디오미터를 활용해 대기나 해양의 수증기 분포와 바람의 속도 등을 알아내는 것이 주요 임무다. 앞으로 인공위성에 쓰일 핵심 기술이 우주환경에 잘 적용되는지를 시험하는 것도 주요 목적이다.
우주개발 핵심, 발사체 기술
가스에 압력 가해 추진력 만들어내는 로켓 기술
용도 따라 구조 달라… 나로호는 소형 인공위성용
우리 눈에 보이는 거대한 우주선의 모습은 대부분 로켓이다. 우주선은 그 끝에 달려있다. 로켓이란 추진력을 이용해 앞으로 혹은 위로 나아가도록 제작된 하나의 엔진 형태를 말한다.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제트 엔진과는 달리 로켓 엔진은 오로지 자체의 힘으로 움직이는 물질만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가 거의 없는 우주 밖에서도 로켓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로켓이라는 단어는 로켓 엔진에 의해 움직이는 운송수단이나 물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따라서 ‘로켓’에 핵탄두 등 무기를 실으면 ‘미사일’이 되고, 인공위성 등 우주비행체를 실어 쏘아 올리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로켓은 용도와 사용 목적에 따라 구조가 다르다. 하늘에서 불꽃놀이용으로 사용되는 로켓은 길이가 60㎝보다 작다. 장거리 미사일용으로 먼 거리의 목표를 폭격하는 데는 15~30m 크기의 로켓이 쓰인다. 그보다 더 크고 더 강한 로켓은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등을 쏘아 올리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면 달에 우주비행사들을 이동시키는 데 사용된 새턴 5호 로켓의 경우 그 크기가 대략 111m이다. 나로호의 약 3배 반에 해당하는 길이다.
나로호는 무게 100㎏의 아주 작은 인공위성만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도록 만들어진 2단형 발사체로 무거운 유인 우주선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1단의 액체엔진과 킥모터라고 부르는 2단의 고체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로호의 핵심인 1단 액체로켓은 러시아 흐루니셰프사가 조립한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2단 고체로켓과 발사체 앞부분인 페어링, 그리고 과학기술위성 2호는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로켓엔진은 가스에 압력을 가해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압력에 의해 가스가 로켓 끝부분을 빠져나가게 되면서 추진력이 발생하게 된다. 로켓이 뒤로 가스를 분출하여 그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은 뉴턴의 운동 제3법칙인 ‘작용 반작용’에 따른 것이다. 로켓이 분출하는 가스의 질량이 높을수록 로켓의 추진력 또한 높아진다. 로켓을 빠져나가는 가스의 분출 속도를 높여도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
로켓 연료
연료·산화제 등 추진제가 총 무게의 90%
영하 183℃로 냉각시킨 액체산소 주로 사용
로켓 엔진은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을 날아가기 때문에 연료(등유의 일종인 케로신)를 태울 산화제를 기체 안에 넣고 있어야 한다. 로켓의 무게 중 대부분은 추진제가 차지한다. 로켓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연료와 산화제는 전체 무게의 90%에 달한다. 지구 중력과 대기의 저항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추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켓은 추진제로 어떤 연료를 쓰느냐에 따라 액체로켓과 고체로켓으로 나뉜다. 액체로켓은 고체로켓보다 강한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액체로켓은 영하 183℃로 냉각시킨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싣고 가 추진제로 이용한다. 액체로켓은 발사 뒤에도 점화와 소화를 반복하며 궤도를 정확히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위성 발사체로 흔히 이용된다. 또 가볍고 원하는 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진입시킬 수 있어 1단용 로켓에도 흔히 쓰인다.
산화제를 기체 안에 넣고 있다는 사실은 대기 중 산소를 빨아들여 연료를 태우는 제트 엔진과 가장 다른 점이다. 액체로켓 발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산화제는 조금씩 기화하기 때문에 액체산소를 주입한 로켓은 상온에서 30분 이상 놔둘 수 없다. 30분 내에 발사하지 못하면 다시 몇 시간에 걸쳐 액체산소를 주입해야 한다. 그래서 7월 30일에 발사되는 나로호는 발사 직전까지 일정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산화제를 넣어 줄 예정이다.
반면 고체로켓은 점화한 다음에는 속도 조절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값이 싸고 특별한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용으로 주로 쓰인다. 우주발사체에서는 1단 액체로켓이 떨어져 나간 후 2단이나 3단용으로 사용된다. 나로호에서도 2단용으로 고체로켓이 사용된다.
보통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띄우는 로켓은 다단식을 사용한다. 2단 이상 되어야 연소실과 추진제, 저장탱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과 단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하나의 단이 추진제를 다 소모하게 되면 로켓에서 자동 분리된다. 하나의 단이 떨어져 나가면 로켓이 가벼워져 남아있는 단이 로켓을 더욱 강하게 가속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만드는 나로호와 같은 로켓은 과연 수명이 얼마나 될까? 하루살이도 안 되는 10분에 불과하다. 발사 4분 뒤에 1단이 분리돼 떨어져 나가고 발사 9분40초 만에 2단이 위성과 분리되면 로켓으로서의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흘리는 피땀은 어마어마하다.
로켓 꼭대기가 원뿔형인 이유
공기 마찰 최소화해 충격 줄이고 인공위성 보호
탄두 실으면 미사일, 위성 실으면 우주발사체
2002년 대포동 2호가 올랐을 때 일본은 미사일이라고 보도했고 북한은 광명성이라는 위성을 탑재한 위성발사체라고 주장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보통 미사일은 로켓이나 제트엔진 등으로 추진되어서 유도장치로 목표지점까지 유도되는 무기를 말하고, 로켓은 연료 분사 추진 방식 엔진을 말한다. 우리는 보통 로켓과 미사일이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우주발사체로 돌려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로켓의 상층부에 탄두가 실리면 미사일, 특히 핵을 실으면 핵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올리면 우주발사체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얘기다.
즉 우주발사체는 탄도 대신 위성을 실을 뿐 기본 원리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로호는 유사시 미사일이라는 무기로 전환할 수 있어 안보까지 감안하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일본에서는 우주로켓 H-2를 미사일로 전환할 경우 사정거리가 1만5000㎞에 달할 것으로 분석해 놓고 있다.
여기서 잠깐 우주발사체 앞부분의 모양을 짚고 넘어가자. 비행체의 앞부분은 기수라고 부르는데 이 기수의 특징은 거의가 뾰족한 원뿔 형태라는 것이다. 왜 로켓 앞머리는 굳이 원뿔 모양이어야 하는 것일까. 평평한 모양은 안 되는 것일까.
로켓에서 기수는 바로 그 아래쪽에 위치한 탑재부 안의 인공위성과 같은 탑재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로켓처럼 초음속 비행을 하는 비행체는 우주로 쏘아 올렸을 때 맨 앞쪽인 기수 부분에서부터 공기와의 마찰이 이루어져 충격파가 만들어진다. 그 충격파가 심하면 탑재물이 손상되기 쉽다. 기수의 모양이 원뿔형인 것은 공기와의 마찰 없이 날기 위해서이다. 원뿔형의 기수가 공기를 가르는 역할을 하여 공기의 저항을 줄임으로써 우주로 올라가는 데에도 그만큼 힘이 덜 들게 된다. 만일 기수가 평평한 모양일 경우 공기와 부딪히는 면적이 넓어 로켓이 빠른 속도로 나아가기 힘들고 탑재물의 안전에도 영향을 받는다.
발사 지점
중력 낮은 곳에서 자전 이용하면 연료 절감
적도 부근에서 동쪽으로 쏴야 가장 이상적
프랑스의 SF작가 쥘 베른(1828~1905)은 소설 ‘달 세계 여행’에서 우주로 물체를 쏘아 올리기 위한 가장 좋은 지역을 ‘적도’라고 기술하고 있다. 실제로 적도는 자전에 의한 회전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탈출 속도의 이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지구와 함께 도는 높은 궤도의 정지위성은 적도 가까운 곳에서 발사해야 지구 자전 속도의 힘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각국은 로켓 발사장을 지을 때 최대한 바닷가를 낀 적도 가까운 곳에 부지를 선정한다.
지구상에 있는 물체는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중력은 지구 전체에 걸쳐서 다 같은 것이 아니라 원심력이 가장 큰 적도지방이 가장 작고, 원심력이 가장 작은 극지방이 가장 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야 한다.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데는 초속 11㎞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초속 11㎞는 무려 음속의 32배나 되는 속도이다. 서울~부산 거리를 단 40초에 달리는 속도에 해당한다. 중력이 낮은 곳에서 발사하면 할수록 연료가 적게 들어 비용이 그만큼 절약된다.
로켓은 이 지구 자전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직각 자세가 아니라 약간 동쪽을 향해 발사된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하는데 이때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적도 기준으로 대략 시속 1666㎞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등을 발사할 때 자전 방향이 중요한 까닭은 우주선의 속도에 지구의 자전 속도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적도 부근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우주왕복선이 우주를 향해 시속 2만8000㎞로 오르고 있다고 하자. 이때 우주선의 속도 2만8000㎞에 지구 자전 속도 1666㎞가 더해져 우주왕복선의 속도는 2만9666㎞가 되는 셈이다. 즉 우주선을 동쪽으로 발사한다면 자전 때문에 생기는 회전속도를 덤으로 얻어 그만큼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므로 연료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지구 자전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하는 우주센터는 위도 5도 부근의 기아나에 자리 잡은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 발사장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주선을 서쪽으로 발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주선의 속도 2만8000㎞에서 지구 자전 속도 1666㎞를 빼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를 허비하는 발사가 된다. 3면이 내륙으로 둘러싸여 서쪽 지중해로 로켓을 발사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은 그래서 가장 효율적이지 못한 발사장을 갖춘 나라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나로우주센터도 최적지는 아니다. 오히려 제주도가 적도에 더 가깝다. 하지만 나로우주센터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회전하는 궤도를 갖는 고도 1000㎞ 이내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저궤도 위성의 경우 적당한 위도에서 남쪽이나 북쪽 방향으로 발사하면 된다. 나로 로켓이 발사 처음에 900m를 수직으로 솟구치다가 몸체를 기울여 동쪽이 아닌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이번에는 100㎏급 소형 위성이지만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우주강국으로 가는 첫발을 뗀다. 10년 뒤 톤(t)급의 달 탐사선을 실어 보내려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꼭 성공하여 우리의 독자적 하늘을 갖추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