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0 <서울신문>
도쿄 박홍기특파원│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첫 일본 실험동인 ‘기보(希望)’가 19일 완성됐다. ‘기보’에 4개월째 체류 중인 와카다 고이치(45)는 이날 오전 로봇팔을 이용, 마지막 단계인 ‘선외 실험실’을 ‘선내 실험실’에 부착,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1985년 ‘기보’의 계획을 발표한 이래 24년 만이다. 일본은 ISS에 독자적인 우주실험시설을 보유, 우주탐사 및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주로의 큰 걸음”이라는 게 일본의 평가다.
우주에서 천체와 지구를 관측하거나 생명과학 등을 연구할 수 있도록 꾸며진 ‘기보’는 선내와 선외 실험시설로 나뉘어 있다. 길이 11.2m·직경 4.4m의 원통형인 선내 시설에서는 양질의 반도체 결정, 무중력 상태에서의 단백질 결정, 식물의 발아 및 성장 등을 연구한다. 우주 공간에 노출된 선외시설은 길이 5.4m·높이 3.8m·폭 5m의 직사각형이다. 특히 선외시설에는 천체X선관측장치(MAXI)와 우주환경 계측장치(SEDA)가 장착됐다. MAXI는 ISS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90분 동안 천체의 X선을 관측, 초신성이나 블랙 홀 등 예측 불가능한 우주를 관찰한다. SEDA는 우주 공간의 중성자나 암흑물질로 불이는 플라스마, 오존층 등을 계측하는 ‘우주 백엽상’이다.
일본은 1982년 6월 ‘기보’의 구상에 들어가 1985년 5월 계획을 발표했다. ‘기보’의 개발에서 우주선 탑재 발사, 완성 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7600억엔(약 10조원)이 투입됐다. 참여 인력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의 연구원 2500명과 관련기업의 기술자 1300명에 달했다. 또 ‘기보’의 운영 유지비로 2015년까지 해마다 400억엔이 소요될 예정이다.
JAXA는 오는 31일 ‘기보’에서 장기체류한 와카타 우주비행사가 귀환하면 12월 첫 여성우주비행사인 노구치 소이치(44)를 보낼 계획이다. 노구치는 6개월 동안 머문다. 또 오는 9월 첫 무인 우주보급선인 ‘HTV’를 발사한다. ‘HTV’는 물품을 ISS에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다. 실험동에 이은 독자적인 수송수단의 확보다. 다만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기보’는 2015년까지의 연구성과에 따라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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