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전쟁' 생존법
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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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4 10:02
2009.07.23 <서울경제>
권태균(조달청장)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자원빈국이다. 에너지 자급률이 5.7%에 불과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산업용 원자재로 쓰이는 광물자원의 경우에도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면 원자재(비철금속) 소비는 세계 5~6위권이다. 이와 같이 소비 규모에 비해 자원 해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보니 원자재 가격의 안정과 적절한 수급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희소 금속 4~5개 국가 독과점
글로벌위기로 급락했던 원자재 가격이 올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유동성 증대와 글로벌 달러의 약세 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기폭제는 중국의 자원 비축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리의 경우 중국은 올해 들어서만 24만톤을 비축했다. 이는 국제 원자재 거래 시장인 런던상품거래소(LME)의 전체 재고와 거의 맞먹는 수치다. 중국은 방대한 자원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미래대비 차원에서 비축확대와 해외자원 선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물자원의 수출도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6년 11월 이후 네차례에 걸쳐 수출관세를 인상했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극히 제한돼 있는 희토류의 수출물량을 2007년 4만3,500톤에서 지난해에는 3만4,000톤으로 축소했다. 올해도 수출물량을 더욱 줄이자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원자재수급을 둘러싸고 국제적으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중국의 자원무기화에 민감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이 국제적으로 ‘원자재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원의 희소성 때문이다. 특히 미래 성장산업의 토대가 되는 희소금속은 중국 등 4~5개 국가에 90% 이상 산지가 집중되는 공급과점 상태기 때문에 약간의 수급변화에도 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희소금속은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인 LCD, 발광다이오드(LED), 휴대폰 등의 필수원료여서 만약 자원 부국이 수출을 본격 통제하거나 금지할 경우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래 대비차원에서 원자재 시장동향을 잘 파악하고 적기에 비축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달청은 요동치는 해외 원자재 시장의 대응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국내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재분석위원회를 격월로, 국제적 시장 분석가를 초청하는 비철금속세미나를 분기별로 개최하고 있다. 최근 비철금속세미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각국의 정부가 꾸준히 재정지출 확대를 해온 만큼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하반기 원자재 시장도 상반기의 20~30% 상승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의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구리 가격은 올해 초 톤당 3,200달러에서 50% 이상 상승해 6월 초 5,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세계경제 회복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제적으로 원자재 비축물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경기회복국면에서는 원자재가격 상승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물량확보도 문제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에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조달청은 최근 이용도가 높은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비축물량을 지난해 대비 40% 이상 늘리기로 했다. 또한 경기회복국면의 원자재 수요증가에 대비해 구리와 알루미늄 등 주요 비축재고를 올해 말 기준으로 국내 수입 수요의 27일분에서 40일분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성장 동력산업의 부가가치는 지난해 222조원에서 오는 201 8년에는 700조원으로 세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성장 동력산업의 필수 원자재인 희소금속의 가격도 지난 2ㆍ4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조달청은 신성장 동력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리튬을 포함한 8개 희소금속의 비축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또한 매점매석 등 주기적으로 가격 파동을 일으키면서 경제에 주름살을 주는 철근 가격의 안정을 위해 올해 추경예산 400억원을 책정해 고철 비축도 준비하고 있다.
파동대비 비축 물량 늘려나가야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자원 부족국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자원 개발이지만 많은 시간과 투자가 소요된다. 차선책은 세계적 원자재 파동에 대비해 적기에 구입, 비축해두는 것이다. 세계경제 회복을 앞두고 주요 원자재 비축에 선제적 대응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