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31 <동아닷컴>
청소년체험단 북극빙하답사기
눈앞에 온통 은백색, 청백색의 세상이 펼쳐졌다. 북극 다산기지에서 세 시간을 걸어 도착한 빙하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깨끗함과 포근함으로 사람들을 감쌌다. 그러나 발아래에서는 빙하가 흘리는 눈물이 계속 기슭으로 쏟아져 내렸다.
‘2009 폴투폴코리아 북극연구체험단’은 26일(현지 시간) 북위 79도 노르웨이 뉘올레순 지역에 있는 북극 다산기지를 출발해 걸어서 빙하 답사를 시작했다. 날카로운 돌들이 끝없이 펼쳐진 돌밭을 넘어 마침내 빙하에 도착했다. 기슭에서는 흙과 돌이 섞여 더러워 보였던 빙하는 조금만 올라가자 금방 새하얘졌다. 지구온난화의 아픔도 올라갈수록 진해졌다. 6명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한국 극지연구소의 북극체험단은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했다.
눈과 얼음이 쌓인 곳을 지나려면 반드시 스키 폴을 이용해 이동해야 했다.
○ 온난화 현장 생생…답사중에도 빙산 무너져
푸른빛이 도는 새하얀 얼음 아래로 빙하의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좌민채 양(경해여중 2)은 곳곳이 움푹 파인 빙하를 바라보며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고랑이 많이 파여 있을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2년 전 체험단과 함께 이곳에 왔던 전정아 간사(극지연구소)는 “그때와 비교해도 빙하가 꽤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녹아내린 빙하가 만든 폭 1∼2m의 개울들이 발목을 잡았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차디찬 개울을 건너기도 했고, 건너뛰다 개울에 발이 빠지기도 했다. 윤영준 대장(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름에 빙하가 녹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기후변화로 개울물이 꾸준히 붇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체험단은 전날인 25일에는 고무보트를 타고 해안에 있는 빙하를 찾았다. 수십 m 높이의 빙벽이 수백 m 길게 늘어서 있었다. ‘꽃빙하’로 불리는 해안 빙하 가까이 다가가자 총과 대포를 쏘는 듯한 광음이 계속 귀를 때렸다. 빙하가 녹으면서 바윗덩어리만 한 얼음 조각들이 바다로 떨어지는 것이다. 30분 동안 10차례가 넘게 빙하가 떨어졌다. 윤 대장은 “이렇게 빙하가 많이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를 몬 아르네 유리스토퍼 씨는 “3년 전만 해도 빙하 위로 드러난 바위산이 모두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알래스카만 한 150만 km² 넓이의 얼음이 사라졌다. 북극의 빙하 21%가 녹은 것이다. 박소정 양(한국교원대부설고 2)은 “빙하에 와 보니 지구가 우리를 혼내도 면목이 없을 것 같다”며 마음 아파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이라는 김차근 군(구로고 2)은 “이곳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 “과학자 꿈 이뤄 북극서 연구하고 싶어요”
북극은 최근 과학을 비롯해 경제와 자원 측면에서 새로운 개척지로 주목받고 있다. 북극은 ‘지구의 기후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지구 환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물고기들이 따뜻해진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2020년에는 세계 어획량의 37%를 북극해에서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세계 원유의 24%는 북극해 대륙붕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배로 갈 수 있는 북동항로도 새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이 북극 연구에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다. 다산기지를 포함해 세계 11개국의 과학기지가 있는 뉘올레순 지역을 관리하는 킹스베이AS의 오드바 미드칸달 대표는 “북극에서 먼 인도가 왜 이곳에 기지를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라”며 “기후와 생물 등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이곳에 온 과학자 수가 50%나 늘었다”고 밝혔다.
체험단도 독일 등 다른 나라의 기지를 방문하거나 실제 연구 활동에 직접 참여해 북극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극지연구소 채남이 연구원은 “토양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조사하고 토양 샘플을 채집하는 활동을 체험단과 함께 했다”며 “온실가스인 메탄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혜정 양(쉐마중 3)은 “몹시 추운 지역인데도 기지 주변에서만 15종이 넘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북극 생태계의 다양성에 놀라워했다. 체험단원들은 산꼭대기에 있는 제펠린관측소에 가서 미세먼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도 했다. 장보금 양(경기외고 3)은 “이곳에 머물면서 과학자의 꿈을 새롭게 다졌다. 과학자의 신분으로 북극에 다시 돌아와 연구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북극 다산기지(뉘올레순)=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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