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예측 틀린 죄` 이탈리아 과학자에 징역 6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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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예측 틀린 죄` 이탈리아 과학자에 징역 6년형

[매일경제; 2012년 10월 23일]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의 지방법원이 22일 지질학자 6명과 공무원 1명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2009년 4월 발생한 규모 6.3의 강진을 예측하지 못하며 피해를 키웠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강진으로 라퀼라에서는 309명이 사망하고 12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날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4년보다 더 엄격한 형량을 적용했다. 이번 판결로 피고인 7명은 평생 공직을 맡지 못하게 됐으며 추징금 900만유로(약 130억원)를 선고받았다. 와니아 비그나 원고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은 모든 지진 피해자들의 희생 위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법원이 정의를 향해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검찰이 "강진 발생 수개월 전에 라퀼라 주민들이 감지한 진동에 대해 부정확하고, 불완전하고, 모순되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기소하면서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이번 재판은 강진에 앞서 여진이 수개월간 지속되면서 예측이 가능했다는 것이 쟁점이었다.

당시 라퀼라에서는 2008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 3.5에 이르는 여진이 수천 번 반복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과학자들의 입만 쳐다보며 지진에 대비하던 상태였다. 그러나 이탈리아 최고로 평가받던 지질학자 6명은 강진 발생 1주일 전 회의를 갖고 의견을 나눈 뒤 "지진 위험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로이터통신은 "정부에서 위촉한 전문가들이 지진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지질학계는 "지진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한 예측을 요구하면서 실패할 때 처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피고인 엔조 보시 전 이탈리아 국립 지구과학ㆍ화산학 연구소장은 "나는 무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지금도 무엇 때문에 기소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고 측 대변인 필리포 디나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강진을 예측하는 것은 성배를 찾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피고인 7명은 곧바로 철창 신세를 지는 것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서는 한 차례 이상 항소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유죄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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