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유엔사 터 첫 공개…땅 3m 파내자 기름냄새 확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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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유엔사 터 첫 공개…땅 3m 파내자 기름냄새 확 퍼져

한겨레 0 6,528 2007.12.29 14:51
[한겨레 :  2007-12-28 ]
 
 
 [한겨레] 굴착기가 아스팔트를 깨고 몇번 흙을 파내자 기름 냄새가 확 퍼졌다. 마치 주유소에 온 듯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 유엔군사령부 안. 지하 기름저장탱크에서 10여m 떨어진 지점을 3m 가량 파내니, 표면에서 50여㎝ 아래까지는 갈색의 흙이 나타났지만 그 밑으로는 회색의 진득한 찰흙 모습을 띠었다. 기름에 오염된 것이다. 이곳은 기름 오염 척도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 검출량이 1만7000㎎/㎏으로, 기준치(500㎎/㎏)를 34배나 초과했다.
1952년 미군에 공여된 유엔사 터가 이날 55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돼, 5만3458㎡ 넓이의 내부 곳곳에서 기름 오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미군기지 캠프 그레이에서도 지하 기름저장탱크 옆 3m 지점을 5~6m 깊이로 파내자 지표 부위를 제외하고는 갈색의 건강한 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방부가 2005년 실시한 환경오염조사 결과를 보면, 유엔사 터에서는 91곳의 토지 시료 가운데 27곳이, 캠프 그레이는 98곳 가운데 11곳이 기름에 오염됐다. 유엔사의 경우 석유계총탄화수소 기준치를 최고 88.3배 초과하는 곳도 있었고, 캠프 그레이는 전체 면적(8660㎡)의 25% 이상이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를 실시한 환경관리공단의 김순흠 토양지하수조사팀장은 “최고 9m 아래까지 오염된 것을 확인했으며, 정화에는 2~4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질 오염도 심각한 상태였다. 땅속에 작은 구멍이 뚫고 여기에 스며든 지하수를 관찰하는 관측정을 설치해 살펴보니, 이날 캠프 그레이에서는 25㎝ 두께의 기름띠가 관찰됐다.(사진) 이른바 부유 기름이다. 2005년 조사 때는 최고 78㎝까지 관측됐다. 유엔사에서는 2005년 조사 때 부유 기름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 11월 처음으로 관측됐다.

김 팀장은 “유엔사 터에는 표면에서 3m 아래 기반암이 있어 기름이 지하수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고, 캠프 그레이는 흙 성분이 진흙이어서 확산이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을 둘러본 이강근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기반암이라고 해도 구멍이 있어 그곳을 통해 기름이 흘러들어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며 “캠프 그레이에서도 기름 확산이 늦다는 것은 가능성일 뿐이어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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