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정체 드러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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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정체 드러낼까?

[사이언스타임즈 ; 2012년 11월 27일]

암흑물질, 정체 드러낼까?


광활한 우주에는 약 1천억 개의 은하들이 있고, 그 각각의 은하에는 다시 약 1천억 개의 별들이 있다. 이외에도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행성이나 암석, 먼지 등이 별들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주의 이 모든 물질을 다 합해도 우주 질량의 약 4%밖에 되지 않는다. 즉, 우주에 있는 일반 물질의 총량은 막걸리 속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만큼이나 그 양이 적은 셈이다. 그럼 나머지 96%는 무엇일까?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암흑물질이 23%를 차지하고, 나머지 73%는 암흑에너지다. 둘 다 ‘암흑’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이유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아직 찾아내지 못한 미지의 물질과 에너지이기 때문.

다만 암흑물질은 은하를 묶는 중력을 낳고, 암흑에너지는 우주를 팽창시키는 반중력을 낳는 것으로만 추정할 뿐이다. 암흑물질은 천천히 움직이며 적은 에너지를 운반하고 주위에 있는 것들과 매우 약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감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감마선과 엑스선을 활용해도 볼 수 없고, 어떤 빛과 파장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 존재의 추정만 가능할 뿐 암흑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과학자들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암흑물질 감지를 위한 새로운 검출기가 시운전 단계에 돌입해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팽배하고 있다. 최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은 공중전화 박스만한 크기의 지상에서 가장 민감한 검출기를 지구 표면 밑의 약 1.5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수조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초순수 물로 채워진 대형 수조 안에 설치

‘LUX(Large Underground Xenon : 거대 지하 크세논)’라고 불리는 그 검출기를 폐광의 수직 통로를 따라 1.5킬로미터의 지하 시설에 옮기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됐으며, 높이 6미터, 너비 7.6미터의 절연처리된 큰 수조에 잠기게 하는 데에만 2개월 이상 걸렸다고 한다. 또 LUX 검출기를 실험실에서 제작하는 데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과학자들은 현재 크세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배관작업을 하고 있는데, 액체와 가스 형태로 되어 있는 크세논은 검출기에 채워져서 마치 투석 장비처럼 지속해서 회전하며 불순물이 검출기 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조는 약 26만5천 리터의 극도로 초순수한 물로 채워져 있으며, 이 물은 검출기를 감마선과 누설 중성자로부터 차폐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물과 크세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가짜 신호나 과학자들이 이전에 발견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 깊숙이 검출기를 설치한 것은 거의 엄청나게 큰 바위가 지구 표면에 끊임없이 떨어지는 우주방사선으로부터 민감한 실험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검출기가 만약 지표면에 있을 경우 우주방사선이 암흑물질의 신호를 약하게 만든다.

LUX는 주위의 바위로부터 방출되는 미세한 양의 자연적인 방사선으로부터도 보호될 수 있게끔 순수한 물로 채워진 거대한 스테인리스 강철 수조 안에 장치됐다.

로렌스 리버무어 국립연구소는 2008년 이후 LUX 실험을 주도해 왔는데, 이를 위해 2003년 문을 닫은 사우스다코타 블랙 힐스 리드의 홈스테이크 금광 지하에 샌포드 지하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 연구소는 사우스다코타 과학 및 기술연구소에 의해 운영되며, 미국 에너지부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후원을 받고 있다.

LUX 프로젝트에는 수십 명의 과학자들과 17개의 연구대학, 그리고 미국과 유럽 내 국립연구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지하에서 시스템을 작동하는 시운전 단계에 돌입한 연구진은 내년 2월 초부터 자료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로렌스 리버무어 국립연구소의 아담 번스타인 연구원은 “전 세계 최고의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구 검출기에서 우주 암흑물질 입자 상호작용을 직접적이며 보다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DNA 가닥으로 암흑물질을 찾는다?

한편, DNA를 기반으로 하는 암흑물질 검출기가 최근에 제안돼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 암흑물질의 여러 후보 물질 중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것은 소립자 윔프(WIMP)이다. 윔프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는 의미를 지닌다.

윔프는 전자기 힘과 강한 핵력에 면역이 있으며, 이론적으로 중력과 약한 핵력을 통해서만 보통 물질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런데 지상에서 윔프를 검출하기 위한 시도에서는 상반된 결과들이 나타나곤 했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암흑물질의 바다를 통과하는 지구의 상대속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6월에 지구는 태양과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암흑물질의 역풍을 만나지만, 12월에는 태양 주위의 궤도 있는 지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 따라서 어떤 때는 암흑물질로 추정되는 입자들이 검출기에 부딪치는 것이 관찰되지만, 그보다 더 감도가 좋은 다른 검출기에서는 그런 입자들이 하나도 관측되지 않곤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바이오기술 회사인 ‘바이오트레이시즈’는 1제곱미터 크기의 금박과 단일가닥 DNA 분자들의 숲으로 이루어진 검출기가 그런 난국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검출기의 DNA 분자들은 칫솔의 강모처럼 정돈된 배열 형태로 아래쪽에 매달려 있는데, 윔프가 금박에 있는 금 원자에 충돌할 경우 금의 핵이 제자리를 벗어나 배열 속을 질주하게 되어 그 경로에 있는 DNA 가닥들이 끊어지게 된다는 것. 윔프는 훨씬 낮은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우주선과 같이 강력한 입자들은 충돌하여 DNA 가닥을 끊는 것이 관측된 바 있다.

이렇게 끊어진 DNA 가닥들을 모아서 증폭한 뒤 분석하면 각각의 가닥이 정확히 어디에서 절단되었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개별 DNA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개별 가닥의 절반 부위와 경로를 3차원적으로 분석하면 1나노미터 이내로 추적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분해능은 현재의 검출기들보다 1천 배나 더 높은데, 분해능이 높다는 것은 윔프가 일으키는 충돌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얻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 같은 3D 분해능은 우주학자들로 하여금 윔프의 에너지와 방향을 추론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렇게 되면 은하계 내에서 태양계의 운동으로 생긴다고 예측되는 윔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검출기는 현재의 검출기들이 절대영도 근처에서 작동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실온에서 작동될 수 있으며, 박편의 재료를 바꿀 경우 윔프를 포함해서 다른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도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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