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금·구리 30억t 매장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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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금·구리 30억t 매장있다는데…

조선일보 0 6,542 2008.01.05 15:38
[조선일보 :  2008-01-05 ]
 
 
 
금·구리 30억t 매장… 금광 추진에 원주민들 동요 "삶의 수단인 연어, 중금속 탓에 사라질 것" 큰 반발
"알래스카 황무지를 금광으로. 그러면 연어 낚시는?"

미국 알래스카에 추진되고 있는 거대한 금광개발을 두고 알래스카 지역 원주민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5일 알래스카 남서부 지역에 북미 최대 규모의 댐과 금광 광산을 건설하려는 이른바 '페블 금광 프로젝트(Pebble Mine Project)'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알래스카 주민뿐 아니라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가지는 관심은 지대하다. 개발 판단이나 정식 제안서도 제출되지 않은 탐색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는 페블 프로젝트에 대해 찬반으로 들썩이고 있다.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으로 섣불리 개발에 들어갈 경우 전통의 파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남서부 일리암나(Iliamna) 호수 주변에는 약 30억 톤이 넘는 금과 구리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 최대 규모다. 겉으로 볼 때 이 계획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선 페블 프로젝트가 알래스카 전통을 급격하게 파괴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알래스카 주민 가운데 현재 70% 정도가 금광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외부 세계로부터 수백 마일 이상 떨어진 일리암나 호수 주변은 시간이 흐를수록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잦아졌고, 각종 생활양식도 변해왔다. 맥도날드 음식이 식탁에 올려졌고, 원주민들은 커피 가게 앞에서 줄을 지어 기다리기 시작했다. 술 마시는 것 대신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민들은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외부세계로의 의존은 더 심해지고, 전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면서 페블 프로젝트에 반대하고 있다. 한 원주민 할아버지는 1만 년 이상 지켜온 알래스카 전통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절대 백인들의 음식에 맛 들이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주된 식량 양식이자 삶의 수단인 '연어'(salmon)가 완전히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알래스카 남서부에서 대량 포획되는 연어는 지역 주민들의 식량을 넘어, 여행객을 유치하는 주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해왔다. 연어 산업은 연간 3억2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하룻밤 새 1200달러를 지불하고 연어잡이 스포츠를 즐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금을 포함한 광석이 가지고 있는 유해한 중금속 때문에 연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돌멩이의 금 순도는 0.6%에 불과하고 나머지 99.4%가 강과 호수에 스며들 경우 연어가 중금속을 섭취하게 된다.

중금속은 연어의 후각을 마비시키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 연어의 후각은 먹이와 침입자를 구별하고, 알을 낳은 지점을 알려주면서 생존에 직결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페블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이 지역에서 연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1년에 두 번 연어를 건져 올려 생계를 꾸리는 원주민들과 연어 낚시로 장사를 하는 여행 관계자들 또한 금광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 업체인 캐나다 '노던 다이너스티 미네랄(Northern Dynasty Minerals)'측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지역 원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원주민 설득 여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결정짓는다고 판단, 물심양면으로 원주민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지역 주민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예상되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억 달러 가까이 들여 전문가를 데려오고 사전 탐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주민들에게는 600달러 정도의 용돈을 쥐여주고 앵커리지 관광을 시켜주는 등 일종의 뇌물까지 바치고 있다. 업체 관계자 중 일부는 원주민들과 접촉할 때 지역 방언을 사용하고 개인적인 대화를 하기도 했다. 션 매기 노던 다이너스티 미네랄 대변인은 "우리는 연어를 금광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며 "주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이 프로젝트를 결코 이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곽창렬 기자 lions363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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