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내진설계 기준 완화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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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 내진설계 기준 완화 추진 논란

[경향신문; 2013년 3월 24일]

ㆍ지진위험도 기준 리히터 규모 6에서 5.5로 하향조정
ㆍ지질연 “국제적 추세 역행… 토목업계 입김 가능성”

정부가 국제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4일 소방방재청 국가 지진방재기준 기획단이 마련한 ‘국가지진위험지도’를 보면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지진구역계수가 0.11g에서 0.077g로 완화됐다. g는 중력가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g는 중력의 1배를 뜻한다. 지진구역계수는 지진에 의해 지반이 받는 충격을 말한다. 0.11g에서 0.077g로의 하향 조정은 리히터 규모로 따지면 6에서 5.5로 위험도를 낮춘 것과 같다.

지역별로는 제주 지역이 0.07g에서 0.0049g로 가장 많이 완화됐다. 강화한 곳은 강원 북동부와 전남 남서부로 0.07g에서 0.077g로 0.007g만 높였다.

 국가지진위험지도는 건축물 내진설계의 기초가 되며 지금은 1997년 작성한 지도를 이용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민관 합동 국가 지진방재기준 기획단을 통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질자원연구원은 기획단의 개정 내용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기획단이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산술적으로 평균치 정도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해 7월 주최한 공청회에서 경남 일대 단층대에서 최대 7.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내진설계 기준은 안전과 직결되므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면서 “기획단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나 오차범위를 고려하지 않고 지진구역계수를 낮춰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도를 강조하기 위해 지진 위험을 낮게 보려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면서 “세계적으로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만 역행하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토목업계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위험도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지진 전문가는 “연구원이 규모 7 이상 지진 가능성을 제기하자 토목 쪽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면서 “내진설계 기준을 낮춘 데는 토목업계의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획단은 완화한 지진구역계수를 적용하면 저층 건축물의 경우 철근 등 구조물 재료 물량의 10%를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소방방재청은 1997년 작성된 지진위험지도가 실제보다 위험도를 높게 봤기 때문에 이번에 하향 조정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1997년에 지진위험지도를 작성할 때는 강진 가능성이 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구기법을 이용하다 보니 지진구역계수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면서 “그런 점을 감안해 이번에 하향 조정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있어 한국지진공학회와 좀 더 협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이 협의키로 한 지진공학회의 회장은 기획단 단장인 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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