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소행성 충돌로 지구 전체 불바다 된듯
푸른산맑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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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8 10:28
[연합뉴스; 2013년 3월 28일]
"대기권 상층부 1천500℃로 달궈져"
맨해튼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약 6천600만년 전에 일어난 이런 사건을 컴퓨터 모델로 시뮬레이션한 과학자들이 자세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등의 과학자들이 지구물리학연구-생물지구과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지상의 모든 식물이 깡그리 타버려 생물 종의 80%가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행성 충돌의 열기로 엄청난 양의 암석이 증발해 대기권보다 높은 고공으로 솟구쳤으며 이 암석 물질들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대기권 상층부를 섭씨 약 1천500도로 달궈 깊은 땅속이나 깊은 물 속이 아닌 곳에 살고 있던 모든 생물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지층인 K-Pg (백악기-고제3기. KT) 경계층에 숯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새로운 설명을 제시했다. 다른 학자들의 최신 연구에서 나온 퇴적 속도 변화에 관한 자료를 적용하면 숯의 양이 적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많았던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질학적 증거를 토대로 약 6천600만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지름 180㎞ 이상의 거대한 충돌 구덩이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전세계 33개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은 칙술룹 사건으로 K-Pg 경계시대에 공룡을 비롯한 대멸종 사건이 난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의 모델에 따르면 충돌 직후 증발한 엄청난 양의 암석 성분이 모래알 크기의 구립체(球粒體)로 응축됐고 이런 구립체들이 대기권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지구 전체가 불바다로 변했다.
구립체들이 쏟아지면서 재진입열로 대기권 상층부를 뜨겁게 달궜고 이에 따라 엄청난 고온의 적외선 열파(heat pulse)가 발생했는데 이 때문에 당시 하늘은 열파를 일부 막아주는 막대한 양의 낙진에도 불구하고 몇시간 동안 온통 새빨갛게 달궈져 일종의 통구이용 오븐과 같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소행성이 충돌하던 날 적외선에 의해 발생한 에너지의 총량은 지구 전체에 6.4㎞ 간격으로 1메가톤의 폭탄이 촘촘히 떨어진 것과 맞먹었을 것"이라면서 그 충돌 에너지 총량은 1억 메가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1메가톤의 수소폭탄은 히로시마 원폭 80개와 맞먹는 위력을 갖는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K-Pg 경계 지질층에서 발견된 검댕이 충돌 자체로 생겼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연구진은 충돌 자체로만 일어나기엔 너무 많다면서 이는 지구 전체를 태운 불에서 예상되는 수준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