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中 자원독식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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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中 자원독식 어디까지

[세계일보; 2013년 3월 31일]

검은대륙 파고든 ‘차이나 머니’… 석유·천연가스·광물 싹쓸이
 “중국의 꿈(中國夢)과 아프리카의 꿈, 세계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아프리카 첫 방문국인 탄자니아 경제중심도시 다르에스살람에서 “중국과 아프리카는 지금까지 운명공동체였다”면서 한 말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 발언을 부각시켜며 세 가지 꿈의 관계가 세계와 지역 안전, 안정과 분리될 수 없다면서 중국의 아프리카 경영을 합리화했다. 아프리카를 지배한 나라가 세계패권을 장악했다는 게 과거 경험이다. 19세기에는 영국이, 20세기에는 미국과 옛 소련이 그랬다.

시 주석은 주석직 취임 후 첫 순방국인 러시아에서 30년간 지지부진했던 천연가스 도입협상을 타결했다. 자원의 보고 아프리카에서는 화끈한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시진핑시대 들어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원전쟁이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주도하며 반서방 세력을 결집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자원독식과 패권행보에 걱정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 기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4개국 정상을 백악관으로 불러 맞불을 놓았다.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을 신식민지화해 자원약탈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차이나 머니’ 아프리카 공습

시 주석은 탄자니아 방문 도중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20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아공에서는 광물·에너지 운송기업인 트랜스넷에 50억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06년 33개 아프리카 국가의 빚 100억달러를 탕감했고 2007∼2009년에도 200억달러의 차관·원조를 제공했다. 차이나 머니를 아프리카에 쏟아붓는 것이다. 홍콩 아주시보(亞洲時報)는 최근 중국이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데 이어 연간 교역량이 2000억달러에 이르렀다면서 미국이 아시아로 복귀하듯 중국도 아프리카로 복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상무부장(장관)에 아프리카에 정통한 프랑스어권 전문가 가오후청(高虎城) 부부장을 발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의 자원 싹쓸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프리카로부터의 수입 중 약 80%가 천연자원이다. 중국은 그동안 나이지리아, 남아공, 수단, 잠비아처럼 자원부국에서 양대 국영 석유업체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와 중국 석유해양총공사(CNOOC) 등을 앞세워 유전광구 개발탐사권 등을 확보했다. 시노펙은 지난해 12월 25억달러를 투자해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의 나이지리아 해저 유전지분 20%을 사들였다. 이 투자로 중국의 나이지리아 투자 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CNOOC도 지난해 2월 유럽 최대 석유업체인 영국 툴로오일로부터 매장량이 10억배럴을 웃도는 우간다 유전 지분을 인수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중국이 소수의 자원부국뿐 아니라 에티오피아나 콩고공화국과 같은 자원 빈곤국까지 진출하고 사업영역도 농업, 교육, 문화 등 비자원분야로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는 자원사냥

중국의 자원사냥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특히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를 전후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투자지역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으로 다변화했고 안전자산 매입에 치중했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 1월 중국의 해외투자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의 해외투자 중 북미지역이 가장 많았고 미국 투자액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지적했다. 북미지역이 중국 기업의 가장 인기 있는 투자처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말 CNOOC는 캐나다 석유업체 넥센을 인수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수금액이 무려 151억달러로 중국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다. 넥센은 서부캐나다, 멕시코만, 북해 등 세계 각지에서 평균 21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거대기업이다. 시노펙도 지난 2월 미국 체사피크에너지의 라임가스(셰일가스의 일종) 광구 지분 50%를 10억2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석유업체가 국제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남미와 오세아니아에 대한 자원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신흥경제팀의 한재현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해외투자처가 다변화한 가운데 중남미와 오세아니아 투자가 에너지와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 투자비중은 2005∼2007년 7%에서 2008∼2012년 17%로, 오세아니아도 같은 기간 8%에서 14%로 높아졌다. 브라질은 2008년 이후 5년간 총 외자유치액 중 12%가 중국이었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은 총 외자유치액 가운데 중국의 직접투자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불붙는 신식민주의 논쟁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을 앞두고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중국의 자원독식에 직격탄을 날렸다. 라미도 사누시 총재는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의 자원을 가져가고 자국에서 생산한 공산품을 판다”면서 “이는 식민주의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예전 서구처럼 아프리카를 착취하면서 이곳을 저성장 상태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 제공자가 됐다”면서 “아프리카는 스스로 새로운 신식민주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서방에서는 중국이 분쟁지역이나 이념과 종교 등을 가리지 않고 묻지마식 자원사냥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M&A 실패율이 10%를 웃돌며 주로 호주, 미국, 이란, 독일, 나이지리아에서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항공기제조업체인 베이징줘웨(卓越)항공은 17억9000만달러에 미국의 중소형 비행기 제조업체 호커 비치크래프트 지분 매입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국방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중국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으며 신식민주의 공포는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터키, 한국도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면서 중국이 일자리 창출과 기술이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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