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3년 5월 24일]
美日, 대규모 지원 등 '선점경쟁' 가속화…中 텃밭보호 주력
신흥 유망시장 부각…한국도 시장공략 서둘러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평양은 버마(미얀마)와 같은 나라를 주목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의 정치·경제개혁을 거론하며 내놓은 말이다.
외견상 북한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일종의 '미얀마 띄우기' 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로부터 2주 뒤인 지난 21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한 오바마 대통령은 '버마' 대신 '미얀마'라는 국호를 썼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인정하지 않겠다며 줄곧 '버마'를 고집해온 미국이 미얀마의 '환심'을 사려고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가를 보여준 한 장면이었다.
◇'중국 텃밭'서 강대국 '각축장'으로
미얀마는 오랫동안 중국 '텃밭'이었다. 중국은 서방세계가 미얀마에 제재를 가하는 동안 오히려 군사정권을 지원함으로써 전략적, 경제적 이해를 선점했다.
중국이 이 나라에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만 서너 개에 이른다.
우선 미얀마(차욱퓨)∼중국(윈난성) 간 에너지 수송로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중국은 총 800㎞의 이 수송로를 이용해 원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운송할 계획이다.
대형 국유 에너지기업을 앞세운 미얀마 광산개발도 한창이다.
그러나 중국의 자원개발 독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2011년 초대 민선 대통령인 테인 세인이 취임해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미국이다.
지난해 7월 향후 3년간에 거쳐 미얀마 등을 포함한 메콩강 주변 5개 국가에 총 5천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던 미국은 올해 미얀마 지원예산을 지난해 2천880억 달러에서 7천540만 달러로 크게 늘려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구글과 포드 자동차, 힐튼 호텔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진출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메콩강 벨트
미국과 중국이 미얀마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미얀마를 포함한 메콩강 국가들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개혁·개방에 힘입은 미얀마는 연간 6% 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고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FC)가 출범하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200∼4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이 몰려 있는 메콩강 유역은 13억 명의 중국, 11억 명의 인도, 6억 명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시장을 잇는 교역의 중추다.
특히 이들 국가에 천연가스, 원유, 고무, 목재, 석탄, 철, 구리, 니켈, 우라늄 등의 중요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점도 강대국들의 진출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에는 최근 일본도 뛰어들었다.
24∼26일 미얀마를 방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얀마에 채무탕감을 포함, 3조3천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2030년까지 미얀마의 전력 개발 기본계획 작성을 돕는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포괄적인 경제성장 지원책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달 21일 도쿄에서 '일본-메콩 지역 국가 정상회의'를 열고 메콩강 유역 5개국의 인프라 정비를 위해 6천억 엔(약 8조3천억원)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한다는데 합의하기도 했다.
◇중 '경계 눈초리'…한국도 공략채비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미얀마 구애에 대해 새로운 '유화책'을 제시하며 계속 주도권을 유지하려 한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중국 간 수송로 건설을 둘러싸고 낮은 인건비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자국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5일 하이난성 싼야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일종의 '견제구'로 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 역시 오래전부터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메콩경제벨트의 중요성에 주목해왔으며 근년 들어 미얀마와의 교역확대 및 경제교류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한국∼미얀마 간 교역액은 2008년 3억6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16억8천만 달러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해양수산부(해수부)는 미얀마 교통부와 '해운물류·항만 협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미얀마 하원의장 일행이 부산항 신항을 찾아 항만 운영현황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돌아가기도 했다.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