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서문규 사장 잇따른 해외사업 실패에 ‘교체설’
푸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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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5 21:23
[여성소비자신문; 2013년 6월 5일]
[여성소비자 신문=김은석 기자]1979년 석유공사에 입사해 공사 창립 이래 최초로 내부 승진한 서문규 사장이 임기 2년을 남겨두고 교체될 위기에 놓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규모 국외유전개발 사업 실패와 뇌물수수 스캔들까지 터져 총체적으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사의를 밝힐 수 있도록 자진 사퇴 기회를 부여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석유공사 사장 교체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서 사장, 경영실패 책임 자유로울 수 없어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던 공기업 가운데 사업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석유공사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30개가 넘는 나라에서 220여개의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는 턱없이 낮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라크 쿠르드 광구에서의 유전개발 사업이다. 석유공사는 2008년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5개 광구의 석유개발권을 얻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원유 수급을 보장받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르드 광구의 원유 매장량은 전망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경제성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 사장이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8년과 1009년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활발히 추진됐고 부채 규모도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석유공사 경영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덕성 문제도 서 사장 교체를 부추긴다. 지난달 수원지검이 2009년 카자흐스탄의 석유개발 업체 인수 과정에서 현지 브로커에게 21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당시 석유공사의 현지법인장과 전 직원 등 2명을 구속된 사실이 알려진 것. 이에 석유공사의 방만한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또한 지난 2011년 감사원 감사 결과 석유공사는 경영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주요 평가지표를 바꾸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서 사장은 의원들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지적에 대해 “당시 뇌물수수 사건은 현지법인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철저한 윤리교육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장들 새 정부 들어 줄줄이 사표 제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줄줄이 사의를 밝히고 있는 점도 서 사장을 불안케 만든다.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했으며 이명박 정권 당시 기관장에 오른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지난달 31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석유공사의 서 사장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석유공사 관계자는 서 사장은 ‘MB맨’이 아니므로 교체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장 교체설과 관련해 공사 내부적으로 서 사장의 거취에 대해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 없다고 밝힌 것. 임기가 남은 공기업 기관장에 대해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공기관 관계자는 내부승진을 거쳐 사장 자리에 오른 만큼 서 사장이 ‘낙하산 인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대규모 해외유전개발 사업에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경영능력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