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5년 1월 28일]
미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대서양 연안 대륙붕에서 석유와 가스 시추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이 대륙붕 석유를 생산하면 원유생산규모를 크게 늘려 세계 오일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게 된다. 미국은 다만 대륙붕 석유 시추 지역을 대서양 일부 해역으로 국한하고 북극해 인근 알래스카 연안의 시추 금지 구역은 늘렸다.
미 내무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동부 지역인 버지니아,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주 연안 50마일(80km) 밖의 해상에서 석유와 가스 시추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샐리 주얼 내무부 장관은 “정부는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면서 민감한 해역을 보호하는 ‘중간의 길’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주얼 장관은 이어 “실제 민간회사에 시추권과 구역을 임대하는 것은 2021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나 환경적으로 민감한 알래스카 연안 밖에서는 시추권 임대를 금지하고 태평양 연안 지역도 넣지 않았다. 또 과학자들이 환경문제나 시추로 말미암은 지진 가능성 등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임대를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계획은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미국 내 석유 생산 요구와 북극 등 민감한 환경의 보호를 우선하는 백악관의 방침을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를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석유 시추 확대를 요구해 온 공화당과 에너지 기업들에게 일종의 유화책을 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이미 셰일석유와 셰일가스 증산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10년 앞을 내다보고 에너지 증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버지니아,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 연안이 지난 2010년 발생한 걸프만 연안 원유 유출사고와 같은 대형 환경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또한 석유 시추로 인해 관광과 어업뿐 아니라 다른 연안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저지주의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과 프랭크 팰런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석유시추를 위해 대서양 연안을 개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이것은 연안 공동체들에 심각한 위협일 뿐아니라 에너지 개발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석유 시추가 허용될 예정인 3개 주의 의원들은 “석유 시추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주 정부의 세수도 크게 늘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들 주 출신 의원들은 수년 전부터 연안에서의 석유 시추를 허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초 버지니아주 연안 50마일 밖에서 시추를 허용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걸프만 오일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이를 철회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석유와 가스회사들이 대서양에서 탐사를 하는 것은 허용해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