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석유개발사업부, 원유확보 ''올인''… ''에너지 독립'' 부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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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석유개발사업부, 원유확보 ''올인''… ''에너지 독립'' 부푼 꿈

세계일보 0 9,420 2007.10.29 18:16
[세계일보: 2007년 10월 29일]

광고 카피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무자원 산유국’, ‘에너지 독립국’이라는 말은 SK에너지가 추구하는 자원개발사업의 목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SK에너지에는 이름도 생소한 ‘석유개발사업부’라는 부서가 있다. ‘정유사=석유정제’라는 세간의 상식을 깬 이곳이 SK에너지 힘의 원동력이다. 해외지사를 제외하면 34명에 불과한 소수의 인원이 근무하는 곳이지만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무려 2150억원에 달한다. 1999년만 해도 SK에너지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그쳤지만 지난해 무려 18.45%로 치솟으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고 있다.

◆‘에너지 자주화’는 우리 손으로=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28층 석유개발사업부. 나른함이 배어나올 만한 시간이었지만 사무실 안은 매우 분주했다. 삼삼오오 모여 현안에 대해 토의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해외석유제품 가격을 모니터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이곳 ‘사령탑’(석유개발사업부장)은 김현무 상무(사진). 그는 국내 민간업체 가운데 해외자원개발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SK에너지의 석유개발사업을 2003년부터 이끌어오고 있다. 김 상무는 SK 원유부에서 시작해 23년 동안 원유 트레이딩과 원유개발 분야에만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SK에너지의 자원개발 프로젝트는 고 최종현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은 1982년 ‘자원기획실’을 만들고 첫 프로젝트로 석유개발사업을 제시했다. 그는 “회사는 이익의 15% 이상을 매년 석유개발사업에 투자해야 하며 실패하더라도 직원을 문책해서는 안 된다. 석유개발사업이 1∼2년 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10∼2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뒤를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은 2004년 석유개발사업부를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총괄하는 R&I(Resources & International) 부문으로 승격시켰다. 최 회장 부자의 선견지명과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기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SK는 현재 14개국 26개 광구에서 5억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해 놓았다. 하루 2만4000배럴 수준인 평균 생산량을 2010년까지 7만∼8만배럴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자원 빈국의 민간기업이 애써 이뤄낸 실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이는 성과다.

김 상무는 “원유 1배럴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은 배럴당 5달러 내외로, 산유국에 지급하는 로열티와 세금을 포함하더라도 10∼15달러에 불과하다”며 “얼마나 싼 가격에 원유를 확보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엑손모빌 등 세계적 메이저사들은 배럴당 6∼7달러에 원유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SK에너지가 가동 중인 해외 지사는 리마(페루), 두바이 등 모두 12곳. 이들 지사는 시차를 감안해 밤 사이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을 영문 보고서로 만들어 본사와 매일 공유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해외지사 조직도 투자액수가 늘어나는 만큼 ‘현지 완결형’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금전적 투자에 그쳤다면 현재는 투자 지분이 늘어나면서 정당한 권리행사를 위해 현지 외국회사에 인력을 늘려 가는 추세다.

자원개발 투자액도 올해 5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4년 전인 2004년 670억원과 비교해보면 SK의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느끼게 한다.

◆도전 정신을 가져라=SK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처음 유전개발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3년 인도네시아의 카리문 광구에서다. 당시 미국 코노코(Conoco)사와 공동으로 300만달러를 투자, 8개월에 걸쳐 8개의 탐사정을 시추했지만 결국 84년 개발권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반납했다. 84년 아프리카 모리타니 광구에 지분 25%를 투자한 것도 실패했다. 87년 마리브 알리프 유전에서 하루 1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몇 년 후 미얀마 유전에서 또다시 6000만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다.

김 상무는 “석유개발사업은 단시일 내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만큼 실패 확률이 높다”면서 “결과는 달콤하지만 쓰디쓴 고통을 견뎌야 하는 만큼 웬만한 경영철학 없이는 뛰어들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는 “조직(회사)으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처 선정 작업도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서너 달이 소요된다. 해당 팀별로 현지 연구와 데이터 룸 답사 등을 통해 지질이나 경제성 등을 꼼꼼히 조사한다. 석유개발사업부 내에 유난히 지질, 물리, 석유공학 등의 전공자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당성 검토를 거친 뒤에도 막내사원부터 부서장까지 참석하는 프로젝트별 보고회를 수차례 갖는다.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대뜸 ‘핵심인력의 부재’라고 답했다.

해외 네트워크가 미약한 수준인 데다 지질학이나 지구물리를 전공한 엔지니어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 그는 “해당 분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공계 인재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걱정했다. SK가 경북대, 충북대 등의 지질·지구·물리·석유공학 전공자들에게 생활비와 장학금을 대주고 스카우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부 기업의 석유개발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그다지 나쁘게만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김 상무는 “자원 확보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사업”이라며 “다만 대체에너지·바이오에너지 등 자원개발을 위한 투자에 앞서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조언했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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