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서 건진 2000억 ''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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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서 건진 2000억 ''노다지''

CHRIS 0 6,773 2008.06.20 11:43
[조선일보 2008년 6월 20일 금요일]

버린 휴대폰이 ''21세기 노다지''로 전자제품에서 金 캔다… ''도시 광산업''
경기도 화성의 자원 재활용 기업 리컴㈜의 공장에선 금·은·팔라듐·구리 등이 35% 이상 녹아 있는 원료(정광·精鑛)가 매달 150여t씩 쏟아진다. 이 원료는 LS니꼬 등 금속 제련회사로 가서 순도 99% 이상의 귀중한 금속 원자재로 다시 태어난다. 이 금속 원자재들은 산악지대 광산(鑛山)에서 캐온 광석(鑛石)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도시의 창고에 쌓여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 등 폐(廢)전자제품 쓰레기 더미에서 탄생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시의 전자제품 쓰레기에서 고부가가치의 금속 원자재를 만들어 내는 '도시 광산업(都市鑛山業·Urban Mini ng)'이 뜨고 있다.

리컴의 경우도 매출이 2005년 57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자원을 수입해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국가에서 는 도시 광산업이 신종 '노다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재활용하면 2000억 건져

같은 지하자원이라도 석유나 석탄은 태워서 사용해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금속은 사용한 뒤에도 쓰레기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도시광산업은 금속의 이런 성질을 이용한다.

일본의 도시광산업체 '에코시스템'의 바바 겐지(馬場硏二) 이사는 "인간이 금속 자원을 이용하면 할수록 지하 매장 자원은 줄어들고, 지상의 자원량은 늘어난다"며 "앞으로 점점 도시광산을 통해 생산되는 금속 소재의 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발생할 전자제품 쓰레기의 양을 추정해 보면 도시광산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가 도시광산업을 통해 일본 내에서 회수(回收)할 수 있는 금속의 양을 산출해 보니, 금이 6800t, 은이 6만t, 액정화면(LCD) 제조에 쓰이는 인듐이 1700t이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매장량의 16~61%에 해당하는 양이다. 금(16%)은 세계 최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매장량(14%)보다 더 많다.

일본 버금가는 '전자대국(電子大國)'인 우리나라의 잠재력도 만만치 않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우리나라에 잠재되어 있는 860만 대의 폐전자제품을 재활용해 금 3574㎏, 팔라듐 1572㎏, 은 20t, 탄탈륨 4000㎏을 추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려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가치다.

휴대폰 속 金, 우습게 보지 말자

도시광산업의 원료인 전자제품 쓰레기는 주변에 흔할 뿐만 아니라, 일반 광석에 비해 금속함유량도 높아 경제적이다. 1t의 금(金)광석에서는 약 5g의 금이 나오지만, 같은 양(1t)의 버려진 휴대폰에서는 150g의 금과 3㎏의 은, 100㎏의 구리를 얻을 수 있다. 국제 금속 가격이 지난 2~3년 새 폭등하면서 도시광산업의 수익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최근 금속 회수 기술이 과거의 '광석 용융로' 방식에서 염소로 금속을 녹여내는 '습식 회수기술', 또 금속을 녹여내는 성질의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가면서 구리·알루미늄 등의 금속을 보다 저렴하고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분야의 선진국인 일본과 유럽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수준은 뒤처져 있다. 국내 업계가 일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여전히 영세한 데다, 정부의 정책적 투자도 미약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산업환경과 정동희 과장은 "도시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자원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금속 회수 기술 개발에 진력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치열해지는 국가 경쟁

일본은 이르면 내년부터 휴대폰 판매점들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폐휴대폰을 회수하게 하는 등 전자제품 재활용 정책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폐휴대폰 수거에 적극적이지 않은 판매점엔 최대 50만 엔(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지역에선 EU가 앞장서 폐전자제품의 자원 회수를 강제하는 제도를 각 회원국에 요구하는 한편, 유미코어(Umicore) 같은 세계적 규모의 자원 재활용업체를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 간의 폐전자제품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의 '싹쓸이' 때문이다. 일본 자원재생업계는 요즘 폐전자제품을 비싼 값에 입도선매하는 중국 기업들 때문에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폐전자제품을 역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자제품 쓰레기의 약 30%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희귀금속이 많은 휴대폰의 경우 연간 1000만 대 이상이 버려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겨우 200만 대가 재활용되고 있다. '자원 유출'과 '낭비'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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