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ㅣ3차 오일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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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ㅣ3차 오일쇼크]

CHRIS 0 10,710 2008.06.25 12:22
[노컷뉴스 2008년 6월 25일 수요일]

작년 하반기만 해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쓰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선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성장률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올라가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부진 또는 침체)과 지속적이면서도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올라가는 상황을 말한다.

1·2차 오일쇼크 재현 우려
최근 우리 경제의 상황이 바로 이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맞아떨어지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작년 말에 우리 경제를 예측할 때만 해도 올해 성장률은 5% 안팎,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후반대였다. 작년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5.0%와 2.5%였으므로 성장률은 비슷한 가운데 물가만 약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가뿐만 아니라 구리와 철강 등 광물가격과 밀과 옥수수 등 곡물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4% 초중반, 심지어 3% 후반으로 내려 잡고 있다. 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후반 또는 4% 초중반까지 올려 잡고 있다. 작년에 비해 성장률은 1%포인트 정도 떨어지고 물가는 1%포인트 정도 올라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이라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신흥 시장국들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오르내리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성장률이 올해 1분기까지는 7%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전년동월 대비 21%대로 뛰어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역적자까지 급증하면서 위기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저성장·고물가 현상을 맞고 있어서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직후와 비슷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있다.

부양책 쓰자니 물가 오르고, 안정책 쓰면 경기 하강

스태그플레이션은 각국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부양정책을 쓰면 물가가 더 오르는 반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경기안정정책을 쓰면 경기가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허겁지겁 정책을 내놓다 보면 경기는 경기대로 더 나빠지고 물가는 물가대로 더 올라가는 악순환에 빠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예상될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최근의 미국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작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로 금융불안이 계속되면서 경기가 침체할 기미가 보이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동시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FRB는 작년 9월 이후 7번에 걸쳐 금리를 인하, 정책금리가 연 5.25%에서 2.0%로 낮아졌다. 동시에 부시 행정부는 감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6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기도 했지만 경기를 우선적으로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하반기에 가면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나면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도 금리를 인하하는 등 미국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유로지역과 우리나라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나가다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작년 7월과 8월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이후 8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올 들어 경기침체 기미가 보이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에 더 우선순위를 두면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새 정부 또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말은 계속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과 같은 엉뚱한 곳에 휘둘리면서 경제는 뒷전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성장이냐 물가냐” 한쪽은 포기해야

이러는 사이에 기업과 일반 서민들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게 될 것이다. 일반 서민들의 경우 소득과 고용이 시원찮아질 것이고, 여기에다 물가까지 오르게 되면 시원찮은 소득의 구매력마저 떨어지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성장률 둔화로 소득증가율이 낮아지고 고용이 불안한 가운데 물가마저 오른다면 호주머니를 쉽게 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체감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출산율과 혼인율은 떨어지고 이혼율은 올라가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고, 그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마저 올라가면 기업은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매출이 시원찮은 가운데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남들은 가격을 잘 올리는 것 같아도 내가 생산하는 제품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여기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라 수출마저 둔화되는 외우내환을 겪게 될 것이다. 결국 경제의 3대 성장엔진인 소비와 투자, 수출이 동시에 둔화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되고 그로 인해 다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막상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뾰족한 수도 정답도 없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성장인가 물가안정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어느 한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밀고 나가는 것이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크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 스태그플레이션 사례와 후유증 |

1차 쇼크 이후 10여년간 세계경제 강타
물가상승 두 자릿수…성장은 마이너스

1970년대 초반 이후 10여년 동안 세계 경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1979년에 발생한 2차 오일쇼크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오일쇼크 직후 1~2년에 걸쳐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경우 1974~1975년에 성장률이 각각 -0.5%, -0.2%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1.0%와 9.1%로 뛰어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기업과 일반 서민들의 고통지수를 높일 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 정권교체까지 야기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던 1980년(성장률 -0.2%, 소비자물가 상승률 13.5%) 말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카터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하는 오명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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