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새 발자국 화석을 안고 … 유적 위에‘역발상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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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년 전 새 발자국 화석을 안고 … 유적 위에‘역발상 건물’

중앙일보 0 8,751 2007.11.06 23:18
[중앙일보: 2007년 11월 5일]

[중앙일보 김상진] 남강변인 경남 진주시 진성면 가진리 진성교육단지내 경남과학교육원. 5일부터 일반에 공개되는 이 건물은 천연기념물인 새 발자국화석위에 지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ㄷ 자형의 지하1층, 지상5층 본관건물에는 반 지하층의 화석문화재 전시관 두곳이 나란히 붙어 있다. 공사중에 발견된 새발자국과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자연바위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그위에 건물을 지은 것이다. 새발자국 화석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탐방로와 조명까지 설치했다. 전시관 벽에는 지질연대표에 따라 살았던 동물의 생태를 설명하는 안내문들이 걸려있다.

이곳에서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기는 경남과학원 공사가 착공된지 1년쯤 지난 1997년 8월초. 교육단지내 당시 경남과학고 지구과학담당 백광석(56·현 서상고 교장)교사가 지하층 공사를 하느라 파낸 돌에서 새 발자국을 발견한다. 곧바로 시작된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1억년전 중생대 조류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사는 중단된다. 40억원을 들여 지하층(공정 8.4%)만 완공한채였다.

대부분 공사현장에서는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사를 포기한다. 엄청난 발굴비용에다 발굴이 끝난뒤에도 보존 결론이 내려지면 공사를 재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남과학교육원은 공사중단의 원인이었던 새발자국 유적을 건물내부로 끌어들이는 역발상 설계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었다. ‘유적발굴=공사중단’이라는 악순환을 끊고 10년에 걸쳐 유적도 살리고 번듯한 건물도 지어낸 것이다.

공사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98년 말 새 발자국화석은 천연기념물 395호로 지정된다. 발굴 현장은 보존을 위해 흙을 덮고 시멘트로 둘러씌우는 임시조치만 해 놓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도의회가 열릴때마다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꼽혀 지적을 받는 현상들이 해마다 반복됐다. 진주시는 유적위에 보호각을 짓겠다는 제안을 문화재청에 냈으나 허락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2003년 말 부임한 고영진(60) 경남도 교육감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사태는 반전된다. 그는 문화재청에다 “경남과학교육원에는 다른 곳에 있는 자연화석도 가져와서 전시해야 할 형편인데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새발자국을 활용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니냐”며 새 발자국 화석위에 건물을 짓는 설계안을 제출하며 재심의를 요청한다. 심의를 하던 문화재위원들도 “일방적으로 보존만 하라했지 왜 이런 생각을 못했나”고 미안해 하며 2005년 8월 허가를 내줬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건물 짓는데 보태라며 예산 10억원도 배정한다.

고 교육감은 “취임직후 폐허처럼 방치된 현장을 둘러보고 국토를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 가슴아파 고민끝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마침내 2006년 10월 사업비 233억원을 확보해 착공한다. 22만4980㎡(6만8056평)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만3061㎡(3950평)규모다. 10년간 공사 중단의 원인이었던 새 발자국 화석이 있는 바위 두곳은 과학교육원 화석문화재 1,2전시관이 됐다. 40억원이 들어간 지하층 골조도 그대로 살려서 건물을 지었다.



진주=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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