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도 눈 내린다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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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17:42
[중앙일보 2008년 10월 1일 수요일]
화성에 눈이 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화성 탐사 로봇 ‘피닉스’가 레이저 장비를 통해 화성 북극권 상공에 형성된 구름에서 눈이 1.6㎞ 이상 떨어져 내린 것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눈이 화성 표면에 도달했는지는 기술적 한계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워싱턴 포스트(WP)는 전했다. 연구에 참여하는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의 짐 화이트웨이는 “화성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라며 “화성 표면까지 도달하는 눈이 있는지 관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눈은 화성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한 달 전부터 안개·서리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NASA는 또 피닉스호가 화성 토양에서 탄화칼슘과 시트규산염 등 두 가지 광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 물질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때만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피닉스는 최근 화성 북극 표면에서 ‘반투명 얼음’을 발견하고 안개와 구름 사진을 찍었지만 액체 상태의 물질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두 물질을 발견한 것은 과거에 화성 북극 지역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피닉스호가 화성 표면에 쌓인 먼지 성분을 분석한 결과 바닷물과 같은 pH 8.3의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과거 화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면서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NASA는 설명했다.
5월 25일 화성 표면에 착륙한 피닉스는 원래 90솔스(sols·화성의 하루를 세는 단위) 동안 활동하도록 설계됐지만 지금까지 120솔스 이상 화성의 토양과 얼음 등을 채취해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NASA는 피닉스가 원래 예정된 조사와 실험 목표를 달성했지만 화성에서 눈이 발견됨에 따라 피닉스의 활동 기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성의 겨울이 시작돼 낮시간이 짧아지면서 피닉스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주 되지 않을 전망이다. 화성의 추운 날씨 속에 피닉스가 얼거나 주요한 부품이 파손되면서 자연적으로 수명이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