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땅굴 탐지 지진계 휴전선 따라 지하 세 곳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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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땅굴 탐지 지진계 휴전선 따라 지하 세 곳에 설치”

CHRIS 0 9,758 2008.11.13 17:06
[중앙일보 2008년 11월 13일 목요일]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함경북도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국내외가 혼란에 빠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와 미국의 지질조사국 등 국내외 기관들이 진앙과 진도를 서로 다르게 발표한 것이다. 핵실험 규모를 가늠하는 진도를 놓고 지질자원연구소는 3.57~3.7로, 미국 측은 4.2로 발표했다. 지질자원연구소는 핵실험 장소인 진앙지를 나흘 뒤 수정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기상청은 인공지진 발생 사실을 파악했지만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상급기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집중 추궁을 받았던 기상청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이나 땅굴 발파 작업 때문에 생기는 진동을 잡아내는 관측소 설치에 나섰다. 관측소는 휴전선 인근 세 곳의 지하 100m 깊이에 설치한다. 지난해 7월 자연지진만 관측하던 기상청이 북한 핵실험 감시 등 인공지진 탐지 업무까지 함께 맡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기상청 최경철 지진정책과장은 12일 “지난 달까지 강화 기상관측소와 경기도 연천, 강원도 인제의 군사기지 등 세 곳을 시추했다”며 “다음 주 중 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인공지진 감지센서의 실험이 끝나는 대로 28일쯤 지진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발생한 지진을 감지하면 기상청은 곧바로 언론이나 홈페이지에 통보문을 내보낸다. 기상청은 통보문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 진도, 인공지진인지 자연지진인지를 명시한다.


◆암석층 뚫어 미세한 진동 감지=기상청은 한 곳당 3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8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달 인제를 제외한 두 곳의 시추와 시설 정비를 마쳤다. 관측 장비는 지상 잡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지하 100m에 설치한다. 지진정책과 전영수 연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 30m만 들어가도 미세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딱딱한 암석층이 나오지만 더 높은 감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 100m에 설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군데만 설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관측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세 군데에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추공관측소에서는 북한에서 핵실험이나 땅굴 발파 작업에서 나오는 진동을 높은 감도로 잡아낼 수 있다. 이제까지 시추공지진관측소는 2006년 울릉도 해저에 설치한 게 전부였다. 기상청은 내년 중 전남 고흥에도 하나 더 세울 계획이다.

지진계는 코일 내부의 진자가 움직이면 코일에서 유도전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달라진 전압으로 진동을 감지한다. 지진계는 1초마다 모든 방향의 진동을 기록한다. 0.25g을 움직일 만한 떨림만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 전 연구관은 “핵실험이나 큰 규모의 발파 작업은 감지가 가능하지만 폭약의 양이 적거나, 만주·중국대륙 등 멀리 떨어진 곳의 진동은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진파 특성으로 구분=인공지진과 자연지진은 에너지 방출 시간과 지진파의 특성으로 구별할 수 있다. 자연지진의 경우 에너지 방출 시간이 길지만 폭발로 인한 인공지진의 경우는 방출 시간이 매우 짧다. 또 자연지진의 경우 대부분 S파(횡파)의 진폭이 P파(종파)의 진폭보다 더 크게 혹은 같게 관측된다. 하지만 인공지진의 경우 S파의 진폭이 P파에 비해 매우 약하게 나타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박창업 교수는 “자연지진은 단층이 뒤틀리는 힘에 의해 생겨서 진원의 방향성이 뚜렷하나 인공지진은 폭발의 압력에 의해 사방으로 퍼져 방향성이 적다”며 “S파는 뒤틀리는 힘을 보여주는 파동이라 인공지진의 경우 적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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