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흙과 지구 생명체 함께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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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흙과 지구 생명체 함께 진화했다

최고관리자 0 7,136 2008.11.21 15:12
[한겨례: 2008년 11월 20일]

지구 행성에 갖가지 광물들이 유난히 풍부한 것은 광물이 생물과 함께 ‘공진화’를 해 왔기 때문이며, 그래서 생물이 없었다면 현존 4200여종의 광물들 가운데 3분의 2 가량은 출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학설이 제기됐다. 학설을 제시한 연구팀은 지구의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관계를 잘 이해하면, 외계 행성의 광물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도 살필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일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로버트 헤이전 박사 등 연구팀이 미국 광물학회지(<아메리컨 미네롤러지스트>) 최신호에 발표한 ‘광물의 진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면, 태양계 행성이 만들어지던 45억6천만년 이전에는 겨우 60여가지 광물종만이 존재했지만, 지구 행성이 생긴 뒤 화산 폭발과 물의 작용 등으로 광물종 수가 수백종으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달과 운석 시료, 그리고 지구 생성 초기의 광물들을 바탕으로 이런 추론을 끌어냈다.

그러나 광물종이 지금의 4200여종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생물의 출현과 진화 덕분이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원시생물이 탄생하고 바다에 조말이 번창하면서 광합성 작용으로 산소가 배출됐고, 대기중에 자유산소(O₂)는 금속산화물의 출현을 촉진했다. 조개류가 죽고나서 쌓이며 생긴 석회 광물도 지구에 흔하게 됐으며, 미생물의 신진대사를 통해 생긴 점토 광물도 지구에서만 볼 수 있는 광물로 자리잡았다. 연구팀은 “금속 산화물과 방해석(탄산칼슘 광물), 점토 광물은 생명체 없는 행성들에선 찾기 힘든 광물들”이라고 지적했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지질학)는 “금속산화물의 종류는 적철석, 자철석, 티탄철석 등으로 엄청 많은데 그 공통점은 산소 성분을 포함한다는 사실”이라며 “20억년 전 무렵에 지구에 금속산화물을 만들 만큼 충분한 산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5억년 전~19억년 전에 일어난 전지구적 산성화에 “거대 산성화 사건”이란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기존 광물학 연구를 종합해 ‘진화론’의 해석을 제시했으나 “돌연변이 종들이 우연히 출현하고 거기에서 자연선택이 이뤄지는 생물 진화와는 다른 진화 메커니즘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헤이전 박사는 광물 진화의 메커니즘으로 △태양계 형성 이전에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분포돼 있던 성운 물질 중에서 특정 원소들만이 분리돼 행성으로 응집했고 △지구 행성에서 압력과 온도 같은 변수의 작용이 증대했으며 물과 이산화탄소·산소의 활동도 늘어났고 △지구의 생명 시스템이 물질 평형의 조건을 깸에 따라 광물 진화가 지금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고 풀이했다. 연구팀은 지구 광물의 진화 역사를 10단계로 나누었는데 생물이 광물종의 생성에 영향을 끼친 시기를 25억년 전 이후라고 제시했다.

사실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는 새로운 관점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논문은 그동안 확인되고 발견된 오래 전 광물들의 연구를 종합해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역사라는 일관된 관점을 학계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조문섭 교수는 “46억년의 지구 역사를 통해 광물이란 무기물과 생명체의 출현이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내 앞으로 지구에 관한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생물과 광물의 공진화와 관련해, 유재영 강원대 교수(지질학)는 “지구 생명체는 광물이라는 무대와 틀에서 생겨났지만 자유산소를 만들어내면서 지구 광물의 모습을 뒤바꾸어놓았다”며 “이 논문이 밝혔듯이 지구는 △태양계 형성 때 만들어진 광물, △지구 생성 시기의 광물과 더불어 △다른 행성에선 볼 수 없는 생물 출현 이후의 광물로 다양하게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물의 역사는 생물의 진화를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는 점에서 외계의 광물을 통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도 살필 수 있다는 제안은 흥미롭고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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