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해외자원개발 속도 늦춰선 안된다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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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11:57
[매일경제 2008년 12월 9일 화요일]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에 직면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정리한 사업 중 하나가 자원개발 사업이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내다판 광구가 무려 26개나 됐다.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의 알짜 광구와 광산들이 이때 매각됐다.
광물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광산이 캐나다 시카레이크 우라늄광이다. 1980년대 초 한국전력이 지분투자로 탐사사업에 참여했다가 외환위기가 닥치자 캐나다 카메코사에 팔아버렸다.
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이 광산에 대한 지분 인수를 추진했으나 기존 참여사가 선매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개발 단계에 있는 이 광산은 2011년부터 연간 8000t의 우라늄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우라늄이 우리나라 6대 광종 중 유일하게 자주개발이 안 되는 광물임을 감안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후 2003년부터 유가와 광물 가격이 폭등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유가는 3배나 올랐고 우라늄 8배, 유연탄 5배, 철 5배 등 모든 광물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기업들은 다시 광구 매입에 서둘러 나섰지만 그 몇 배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원산업계가 다시 기로에 서 있다. 달러 확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외환위기 때처럼 가지고 있는 광구를 팔 것이냐, 아니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어렵지만 자원개발을 지속할 것이냐 갈림길에 놓여 있다.
다행히 최근 돌아가는 정부나 민간기업들의 분위기를 보면 투자 중인 광구를 무작정 시장에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 외환위기 때 경험이 반면교사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자원개발기업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이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 자원 가격 하락, 환율 부담 등으로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광업진흥공사 주최로 강원도 정선에서 개최한 자원산업계 선진화 워크숍에서 보인 민간기업들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워크숍에 참석한 자원개발 33개 민간기업은 2~3년 안에 자원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자원개발 추진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 전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와 남아공 출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세계 메이저급 자원개발기업 사장이 직접 호텔로 찾아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주요 광구의 지분투자 현황을 설명하며 투자를 권유했다.
실제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인해 아프리카 등에서 유전이나 광산이 저렴한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통 20~30%가량 싸거나 50%까지 급매물로 나온 것도 있다.
에너지 자원 중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안정적인 자원 확보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외환위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내실화하면서 미래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려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원외교와 보다 긴밀한 민관협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촉진을 위해 밝힌 자원개발 금융 지원 확대, 성공불 융자 지원 확대, 자원개발펀드 조성 등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신종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