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플린트(flint)가 원칙적으로 형성될 수 없습니까?
별명없음
8
11,344
2008.06.27 05:56
안녕하세요, 저는 고고학도로서 구석기시대 석기를 전공으로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럽에서는 플린트 또는 쳐트(Chert)를 돌감으로 석기를 많이 제작합니다. 돌감의 알갱이가 곱고 단단해서 석기로서 쓰기에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로는 석영이나 규암등 거친 돌감을 주로 쓰다가 후기 구석기시대에 이르러 흑요석이나 반암 등을 쓴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플린트가 없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고생대는 석회암층이 한국에서도 있었는데 플린트가 있다는 보고를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만일 있다면 어느 곳에서 채집가능한지 알고 싶습니다. 그밖에 한국의 점판암이나 셰일류의 분류방법에 관한 입문서가 있다면 추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플린트는 영미권에서 사용이 모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흔히 처트에 포함시켜 쓰는 것이 통례인 것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규소성분의 정량적인 차이를 가지고 이 두 암석을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우항리에 처트가 있다구요? 고맙습니다. 한 번 찾아가서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흑요석은 당연히 플린트와는 다르죠. 플린트는 퇴적암이지만 흑요석은 화산암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지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흑요석을 많이 썼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흑요석은 퇴적암인 처트나 플린트에 비해 기원지 판별이 제가 보기에 쉽지 않고 다른 분들이 연구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점판암이나 셰일분류 매뉴얼이 딱히 없다고 하셨는데 안타깝네요. 경기도 남한강에는 이런 암질이 간혹 석기제작에 쓰이는데 지질학적 단위를 지시하는 또는 고환경(paleo-facies)을 지시하는 좀 더 자세한 분류가 제게 필요하거든요. 아무튼 답변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주로 경기도 충북 강원도남부에서 일 합니다. 전남 해남도 개인적인 일로 제가 왕래할 일이 많습니다만 충북북부와 강원도 남부의 석회암지대에 저는 관심이 많습니다. 그 중에 영월은 일찍부터 고고학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석회암층의 카스트지형에 형성된 동굴들이 구석기인들에 훌륭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는까요. 그리고 동굴내부의 알카리성 환경이 유적형성의 최적환경을 제공해 주니까요. 올 봄에도 쌍굴이란 동굴이 연세대 박물관에 의해 발굴되었습니다. 석기들이 많이 출토되진 않았지만 그러나 제가 본 유물들중에서는 처트의 석기는 한 점도 보질 못했습니다. 동구리님께서 제게 처트산지의 정확한 가르쳐 주신 다면 제가 학생들을 데리고 시료를 채취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셰일과 점판암의 구분은 제 경험상으로도 쉬운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특히, 노두규모의 암체에서는 전체적인 변성정도를 파악할 수 있지만, 석기와 같은 작은 조각의 경우 구분이 더 어렵겠지요.
먼저 셰일과 이암은 입자크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구별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히 따지면 이암은 진흙과 같은 점토질 물질이 굳어서 된 암석을 지칭하며 대부분 쪼개짐이나 벽개의 발달이 없습니다. 반면 셰일은 특징적인 판열성(fissility)을 가지고 있으며, 쪼개짐의 특성으로 인해 그 안에 화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점판암은 통상 혼펠스로 통칭하여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혼펠스는 접촉변성작용에 의해 형성된 대표적인 암석이며, 주로 셰일(혹은 엽층리가 발달한 이암)등이 열변성 작용으로 생기는 대표적인 암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혼펠스(점판암)와 셰일의 육안적인 동정은 사실상 경험에 의한 force(주로 헤머로 두드렸을때 느껴지는 튕겨짐에 따른 단단함의 정도와 일부 불꽃이 튀는 정도)로 구분을 해왔습니다. 또한 현미경 상에서 주요광물인 석영과 장석, 흑운모 이외에 백운모, 석류석, 홍주석, 근청석 등과 같은 변성 지시광물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구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실제 석기 동정에 있어 박편제작을 위한 훼손이 거의 불가능하고, 고고학자의 경우 광물동정이 쉬운일이 아니라 이 또한 어려운 일인듯합니다.
하지만, 석기를 훼손하지 않고 석기를 동정하고 기원지(또는 기원암의 동정)를 파악하는 방법중에 하나는 주변지질과 연관된 집수역을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고고학적 조사지역의 경우 조사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구석기-신석기의 경우 교역의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석기로 사용된 암석의 대부분이 주변의 기반암과 집수역에서 얻어진 암석을 가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조사지역의 지질분포가 혼펠스가 우세한 지역인지, 쇄설성 퇴적암류의 분포가 우세한지 파악한다면, 두 암체간의 구분이 보다 용이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흑요석의 경우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에서 출토된 적이 있지만, 그 기원지에 대해서는 일본, 백두산, 철원, 의성 등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백두산을 제외한 남한에서 산출되는 흑요석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성과 포항 등의 몇몇 지역에서 보고된 흑요석은 엄밀히 말하면 준흑요석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용일 교수님의 흑요석 관련 2000?, 고고학회지 논문에 보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보실수 있습니다.
님의 질문과 마찬가지로 제 경험상으로도 석기중에 비중있는 것들은 주로 쳐트로 가공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쳐트의 경우 패각상으로 깨지고, 거의 대부분 sio2로 구성되어 단단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첨단의 석기제작에 용이했으며, 흑요석을 구할 수 없는 지역의 경우 대체 암석으로 적당한 물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흑요석에 비해 산출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퇴적기원의 쳐트 뿐만 아니라 화산변질에 의해 생기는 경우도 흔히 있으므로 쳐트를 확보하는 것이 용이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우리나라 3기분지에는 이와같은 쳐트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두서없이 써내려간것 같네요.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ymjeon@gnu.ac.k 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