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key bed
이재일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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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6
2002.05.16 15:14
제가 시험을 치르는 입장이라면 출제의도를 고려해서 이암이라고 고르긴 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사실 좀 미심쩍은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key bed의 정의를 보면
'(a) A well-defined, easily identifiable stratum r body of strata that
has sufficiently distinctive characteristics (such as lithology or
fossil content) to facilitate correlation in field mapping or subsurface
work. (b) A bed the top or bottom of which is used as a datum in making
structure-contour maps"
이라고 되어 있죠. (Glossary of Geology, by Jackson, 1997, 4th edition임
다- 자랑자랑.. V^_^V)
한 마디로 하면 '튀는 층'이죠.
그런데 이 '튄다'는 개념이 상대적입니다. 파란머리카락과 까만머리카락중 무
엇이 튀나요? 파란머리요? 일반적으론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
지만 파란머리들 사이에선 까만 머리카락이 튀겠죠.
따라서 어떤 층을 key bed로 사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그 층이 일반적으로
흔한가 아닌가보다는 그 층이 주변 층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특징을 가지는가
로 평가해야 겠지요. 응회암같은 것은 실제로 key bed로 매우 유용합니다만
(예: 백악기 경상누층군 내의 구산동응회암 - 아마 대구 부근에 나올겁니다)
주변이 다 화산쇄설성 암석들이라면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우리의 천덕꾸러기 이암은 어떤가요? 전 상황에 따라 이 흔해빠진 이암도 건층
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석회암들 내의 glauconitic shale
층같은 거라던가..
그리고 연장성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건층으로 사용하려면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나타나선 곤란하겠죠. 그런 측면에
서 볼 때 역암이 얼마나 key bed로 좋을까 하는 데 좀 의문이 생깁니다. 조금
만 걸어 가도 없어져 버리는 역암층이 많거든요. (얼마만한 resolution의 대비
를 원하는가의 문제도 있군요.. 아 점점 복잡해지네요. 괜히 시작했나 봅니다
ㅠ.ㅠ) 연장성 문제에서는 응회암이나 암염층이 역암보다는 보다 넓은 지역의
대비에 유리하겠네요.
또 보기 중에 이암층과 적색층을 함께 제시하셨는데 둘은 적색이암이라는 교집
합을 가집니다. 또한 적색이암은 적색층 중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죠.
그러니 '이암층'과 '적색층'은 같은 기준으로 분류한 명칭이 아닌데 한 곳에
서 비교하기가 좀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형차와 흰색차를 비교할 수 있
습니까)
너무 길게 쓴 것 같네요.. -_-;
주워듣는 것이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별 부담
없이 간단히 설명할 수 있었던 것들도 꼭 단서를 달아 구구절절 설명해야 마음
이 편해지고.. 모호한 것은 왜 또 그리 많아지는지 휴~
김태완 wrote..
: 저는 대구의 청구고등학교 교사 김태완입니다.
: 제가 이번 학기 중간고사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험문제에 다음과 같이 출제했 었
: 습니다.
: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
: 11. 지질대비 하는 방법에는 비교적 가까운 지역은 암층을 이용하고 멀리 떨 어
: 진 지역은 화석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암층을 이용할 경우 두 지역에 공 통
: 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지층을 찾는다.
: 다음 중 건층(key bed)으로 활용하기에 적당하지 않는 것은?
: 1. 이암층
: 2. 적색층
: 3. 응회암층
: 4. 역암층
: 5. 암염층
:
: 저는 이암을 정답으로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 논란의 여지가 있는가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