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은 토양 및 암석의 구성원으로, 물 공기와 함께 지표환경을 이루는 주요 물질이다. 이미 앞에서 우리 인간은 광물 및 암석 자원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하는지 살펴보았으며, 그래서 이들 자원이 우리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광물의 이용으로 많은 문명적 이득을 누리는 만큼, 이로부터 피치 못하게 야기되는 환경적 문제들은 피할 수 없다.

광물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 문제는 크게 광물이 간접 원인되는 문제와 직접 원인이 되는 문제로 나눌 수 있다. 광물이 간접 원인이 되어 일으키는 환경 문제란, 광물로 인해 발생한 어떤 현상에 의해 이차적으로 환경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황철석이란 광물이 석탄에 포함되어 있다가 태워질 때 산소와 결합하여 아황산 가스를 만들고, 이 가스가 대기 중에서 물과 결합하여 산성비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간접 원인의 예로 산성광산배수 문제, 물의 경도 문제, 지하수 및 토양의 중금속 및 방사능원소 오염 문제 등이 있다.

광물에 의한 간접적인 환경 문제의많은 부분은 이 강좌의 다른 부분에서 다루어지므로 여기서는 광물에 의한 직접적인 환경 문제에 대해서만 토론하기로 하자.

광물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해로운 광물을 접촉하거나, 섭취하거나, 또는 흡입할 때 발생한다. 이중, 접촉이나 섭취할 때보다는 흡입할 때의 환경적 위험성이 훨씬 크다. 이는 석면에 대한 환경기준치가 흡입하는 공기의 경우에는 0.01/cm³인 반면, 물의 경우에는 7000/cm³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흡입이 더 위협적인 이유는 호흡을 통해 흡입된 유해 물질이 체내에 더 오랜 시간 머물면서 세포와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호흡을 통해 들어온 유해 광물이 폐와 그 주변 세포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광물 흡입에 의한 환경적 위협의 크기는 흡입하는 광물 즉 광물 분진의 종류와 양, 흡입 광물 분진의 성상(크기와 모양), 흡입 노출 시간, 그리고 피해자의 분진에 대한 민감도 및 기타 흡연 여부와 같은 개인적 건강 조건과 습관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 중 광물 분진에 대한 것을 아래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대기 분진의 상당 부분은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분진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나 인간의 활동에 의해 유입되는 것도 상당량 존재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서울 지역 대기 중 먼지의 50-60%가 광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그 나머지는 공장 및 자동차 배기물질이었다고 한다(Kim et al., 1997). 분석 결과, 이 광물 분진은 석영, 장석, 캐올리나이트, 일라이트, 석고, 방해석, 흑운모, 백운모 등과 같은 암석 및 그 암석의 풍화 산물로부터 유래된 광물들과 철화합물, 티타늄화합물, 칼슘화합물, 비산재(fly ash), 석고 등과 같은 이차 생성 광물들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이차 광물의 일부분은 화력발전소, 제련소 등에서 발생한 인공적 광물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2-3-1. 분진에 묻힌 서울. 매년 봄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황사현상때문에 서울이 뿌옇게 보인다. 황사는 대부분 광물로 되어 있으며, 기류를 타고 고비사막 부근에서 발생한 먼지가 우리나라까지 운반되어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사진출처:http://www.fotoglif.com/f/88ge3tp11o4j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광물로는 섬유상(섬유 모양이라는 뜻)을 갖는 석면(asbestos), 에리오나이트(erionite), 모데나이트(mordenite), 팔리고스카이트(palygorskite), 세피올라이트(sepiolite), 수활석(brucite), 녹니석(chlorite), 침철석(goethite), 레피도크로싸이트(lepidocrosite) 둥과 비섬유상인 석영(quartz)(또는 좀 더 일반적으로는 결정질 실리카), 캐올리나이트(kaolinite), 질석(vermicylite), 석탄, 활석(talc), 운모(mica), 보에마이트(boehmite) 등이 있다(Shishido et al., 1989).


그림 2-3-2. 인체에 유해한 광물들. 왼쪽부터 에리오나이트, 녹니석, 질석, 보에마이트.

이들 광물 분진을 흡입 및 섭취하였을 때 생길 수 있는 질병은 진폐증(pneumoconiosis), 규폐증(silicosis), 석면폐(asbestosis)와 같은 폐관련질환, 폐암, 위암, 식도암 등의 각종 암, 그리고 흉막비후반과 중피종 등이 있다. 위 열거한 광물 중, 몇몇은 특히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석면이다. 석면의 환경적 위협에 대해서는 아래 좀 더 자세히 다루었다.

그림 2-3-3. 석면의 일종인 청석면의 모습. 사진출처: http://www.ehs.sfu.ca/trades/categories/C54/

우리 주변 생활환경에 석면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그들 석면으로부터 우리가 어떠한 환경적 위협을 받는지, 그리고 어떤 석면 제품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이와 더불어 어떤 석면의 특징이 석면을 오늘날과 같이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만들었는가, 인류가 고대로부터 석면을 어떻게 이용하고 그 과정 중 어떠한 문제점을 겪어왔는가도 추가로 살펴보자.

석면에는 온석면(white asbestos; chrysotile), 갈석면(brown asbestos), 청석면(blue asbestos) 및 기타석면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이들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석면은 온석면이다. 석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잘게 쪼개지는 섬유상의 긴 모양을 갖는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석면은 근본적으로 규산염광물이므로, 이 광물이 일반적으로 갖는 물리화학적 특성, 즉 열과 전기에 대한 부도체이며, 높은 인장력을 가지며, 화학 반응(산과 염기에 의한 부식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매우 강한 저항성을 갖는다. 이에 더해 석면은 긴 섬유상 또는 침상의 결정형으로 인해, 다른 재료와 쉽게 섞여 점성과 소성을 증진시킴으로서 원하는 성형을 보다 원활하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매우 긴 섬유상의 석면은 대단히 발달된 요곡성으로 인해 직조가 가능하여, 일반 직조물과 같이 실, 끈, 로프, 천, 의복 장갑 등의 형태로 만들수도 있으며 이들 제품들은 천이 갖는 성질, 예를 들면 방음 또는 흡음의 특징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석면은 다음 표 2-3-1과 같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표 2-3-1. 석면의 성질과 용도.

성질	용도
내화성, 난연성, 단열성	내화건축재, 내화 외장 및 내장재, 단열재
전기 절연성	절연재, 정류자
화학 반응에 대한 내성	화학용 여과기, 페인트, 개스킷, 각종 화학실험기구
흡음성	방음재

위와 같은 다양한 특성과 용도 때문에, 석면은 아주 오래 전부터 활발하게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석면의 이용과 함께,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그리스의 지리학자 스트라보(Strabo)나 로마의 사학자 플리니(Pliny the Elder)는 석면을 직조하는 노예들의 폐가 상해 있음을 알았으며, 1900년대 초의 영국에서는 석면 광산 근로자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일찍 죽으며 더 많이 폐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음을 알았다. 보다 근래에 들어서는 의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에 의해 석면이 다양한 질병을 유발시킴을 증명하였고, 이러한 사실은 결국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면 사용을 전격적으로 금지시키는 법령을 제정하여 사람을 잠재적 건강 위협으로 보호하도록 하였다.

석면(asbestos:ασβεστοζ)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 ‘꺼지지 않는’ 또는 ‘파괴되지 않는’ 이란 뜻을 갖고 있었다. 기원전 3000년 경에 Scandinavia 반도의 한 발굴 유적에서 출토된 자기와 통나무 집의 틈새에서 석면을 사용한 흔적을 발견하였다. 로마 제국 시대의 기록에는 석면 사용에 관한 내용이 있다. 1세기 경 한 지리학자가 그리스 섬 에보이아(Evvoia)에서 석면 돌산을 발견하였다. 초기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석면을 이용하여 난연성 천, 건축재, 그리고 여성 의복 등을 만들었다. 또 로마 시대 식당의 식탁보는 석면으로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플리니는 석면이 온갖 종류의 저주 주문을 막아주는데 효험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를 미라로 만들 때 석면을 사용하였으며, 페르시아인들은 석면을 인도(당시 힌두쿠시)에서 수입하여 시체를 감싸는데 사용하였다. 이들은 석면을 불속에 사는 동물의 털로 생각하였으며, 이 동물은 물이 닿으면 죽는다고 믿었다. 페르시아 인들은 이 석면을 불에 넣으면 깨끗해지는 것을 보고는 매우 놀라곤 했다. 몇몇 고고학자들은 고대인들이 유골이 다른 재와 섞이지 않도록 왕과 같은 고위층 인사를 화장할 때 석면 수의를 입혔을 것으로 믿는다. 또한 석면은 고대의 무덤이나 다른 등잔의 영속적인 심지를 만들 때도 사용하였으며, 피부 가려움증을 치료하기 위해 석면 옷을 입었다는 기록도 있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는 중국을 여행하면서 불에 넣으면 깨끗해지는 옷을 보았다고 기록하였는데, 이 옷이 아마도 석면으로 만들어진 옷으로 생각된다.

중세에는 석면이 주로 갑옷의 보온(insulation)을 위해 사용되었다. 몇몇 질 나쁜 상인들은 석면을 이용해 십자가를 만들고, 이 것이 예수가 매달려 죽은 그 진짜 십자가를 이용해 만든 것이라 속이고 다녔다.

석면이 보다 세상에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세기 말의 산업 혁명 이후부터다. 예를 들면, 1860년 경부터 미국과 카나다에서 석면을 단열재로 이용하기 시작하였으며, 1879년 카나다 퀘백주 아팔래치아 산자락에서 최초의 상업적 석면 광산이 개발되었다. 20세기 들어 석면은 섬유, 건설재, 절연재, 내화재, 브레이크 라이닝 등을 포함해 3000 종 이상의 제품에 사용되었으며, 1970년대까지 그 이용량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석면의 이용량에 비례해서 석면과 석면폐증 및 중피종 등과 같은 길병 간의 상관성에 대한 증거들이 점점 드러나고, 결국에는 이 질병-원인 관계를 부정할 수 없게 되면서 석면의 이용량이 급감하게 되었다(그림 2-3-4).

그림 2-3-4. 연도별 전세계 석면 생산량과 한국 일본 중국의 소비량 비교.
그림출처: http://www.bosa.co.kr/link/3544-24p1.gif

앞서 잠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미 그리스 로마 시대때부터 석면의 폐해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플리니는 석면 채광 노동을 한 노예는 일찍 죽기 때문에 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으며, 석면 노동을 할 때는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종의 호흡기를 착용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지나 1900년 초가 되었을 때, 이와 비슷한 현상을 사람들이 다시 목격하게 되었다. 즉, 석면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요절하며, 폐 관련 질환도 더 많이 앓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1897년 비엔나의 한 의사는 환자가 비쩍 마르고 폐관련 질환을 겪는 것은 석면 먼지를 흡입했기 때문이라 하였고, 1906년 사망한 석면 노동자를 부검했을 때 폐에 섬유증이 있다는 최초의 문서가 남아있다.

석면은 현재 약 10여개국에서 생산한다. 1970년대 이후 석면의 생산량이 급감하였으나, 개발도상국에선 아직도 석면을 이용한 제품들이 상당량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2-3-5는 2002년도 각국의 석면 생산량을 비교한 것으로, 이로부터 러시아가 가장 큰 석면 생산국이고, 그 뒤를 이어 중국, 카자흐스탄, 카나다, 브라질 등이 따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3-5. 2002년 주요 석면 생산국들의 석면 생산량 비교.
그림출처: http://www.mesothelioma-data.com/media/general/11.gif

이와 같이 생산된 석면은 그동안 꾸준히 다양한 제품들에 사용되면서,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 어디에서나 석면에 노출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아래 표 2-3-2는 석면의 종류에 따른 제품들을 정리한 것이다.

표 2-3-2. 석면의 종류와 제품들.

석면종류	광물명	제품명
온석면	크리소타일	지붕 슬레이트, 천정 텍스, 벽재 및 바닥재, 브레이크 라이닝, 내화 및 난연성 섬유, 단열석면로프, 바닥 타일, 파이프 절연체, 무대 커튼, 클러치판, 방화포 등
갈석면	아모싸이트	광열차단제, 천장 타일, 기타 건축재
청석면	크로시돌라이트	단열재
기타석면	투각섬석, 양기석, 앤쏘필라이트	단열재, 건축재
유사석면	리히터라이트, 윈차이트	다양한 석면 대체품

보다 다양한 석면 제품에 대한 것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http://www.kosha.or.kr)의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하도록 하자. 이 데이터베이스는 한국내 50여 개 기업에서 생산하는 석면 제품의 상세 정보를 검색해 볼 수있도록 되어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보았듯이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다양한 석면 제품들이 있으며. 우리는 항상 이들 석면에 노출된 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석면으로 인한 건강상 위협은 우리가 석면을 공기중으로부터 흡입하거나, 식수 또는 음식물과 함께 삼키거나, 또는 석면에 직접 접촉함으로서 초래된다. 이중 가장 중요하며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공기를 통해 흡입하는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사람의 폐 세포 1그람 당 수만 내지 수십만 개의 석면 결정이 발견된다고 한다(Cagle, 2002). 이는 우리가 호흡할 때 일정량의 석면도 같이 흡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 중에 석면이 우리에게 위해가 되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석면 결정이 분진으로 존재할 때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는 공기 중 석면 결정 갯수의 기준을 정해 그 이상 존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기 1cm³ 당 공공장소에서는 0.01개 이하, 작업장은 0.1개 이하의 석면 결정을 포함하도록 그 기준치를 정하고 있다.

공기 중에 떠나니면서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는 석면들 입자의 크기와 모양은 석면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이에 따라 건강 위해 정도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Hwang 1983). 이들 분진 석면의 길이는 대략 3-20μm 두께는 0.01μm 정도된다. 이는 석면 그 자체 또는 석면을 함유한 제품 내의 석면 결정이 풍화됨에 따라 (벽개를 따라) 더욱 더 잘게 부서지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석면 제품이 얼마나 잘 부서지느냐에 따라 환경 위해성이 크게 달라진다. 이런 관점에서, 석면 폐기물을 손가락으로 눌러 부서질 수 있는 이쇄성(또는 비산성; friable) 석면과 그렇지 못한 비이쇄성(또는 무비산성; nonfriable) 석면으로 구분하여 따로 처분한다.

사람이 석면을 장시간 정도 이상 흡입하게 되면 매우 다양한 질병에 걸리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질병 중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석면폐증, 중피종, 및 폐암일 것이다(그림 2-3-6, 그림 2-3-7).

그림 2-3-6. 석면에 의한 건강적 위해성. 그림출처: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07/2009040700375.html


그림 2-3-7. 왼쪽부터 중피종에 걸린 폐의 암세포, 건강한 폐와 중피종 폐의 비교, 중피종 폐의 X-선 사진. 자료출처: http://whatismesothelioma.com/

석면 및 석면을 함유한 제품들은 이제 관련 규정에 따라 해체 및 철거하고 폐기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석면 관리법과 제도를 통합하여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하고, 공공건물과 학교, 다중이용시설, 300인 이상의 사업장등은 의무적으로 석면지도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