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광물과 수질

자연수의 특성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자연수와 이 자연수가 몸담고 있는 암석 토양과 같은 지각 구성 물질과의 상호 반응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각 구성물질의 가장 기본 구성 단위는 광물이다. 그러므로, 수질 결정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광물과 물간의 상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광물과 물간의 상호 반응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침전 및 용해, 이온 교환 그리고 흡착 및 탈착 반응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3-1. 광물의 용해/침전과 수질

 
    지각을 구성하는 광물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이들 다른 종류의 광물들은 여러 비율로 섞여 또한 참으로 다양한 지각구성 물질들을 만든다. 이들 광물들은 물과 반응하여 그 종류와 주변 여건에 따라 때로는 일부가 또는 전부가 녹는데, 이를 광물의 용해 반응이라 한다. 광물의 용해 반응은 광물 구성 성분을 물의 용존 성분으로 전이시키며 수질을 변화시킨다. 광물의 용해 반응을 통해 광물의 구성 성분이 물의 용존 성분으로 전이될 때, 전이되는 성분의 비가 광물의 화학식이 정하는 비율을 따르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우리는 전자와 같은 용해 현상을 일치용해 (一致溶解; congruent dissolution)라 부르며, 후자를 불일치용해 (不一致溶解; incongruent dissolution)라 부른다. 지표 부근의 환경에서 물과 접촉하여 일치 용해 반응을 하는 광물은 석영과 증발 잔류 광물에 속하는 탄산염, 인산염, 황산염 및 할로겐염 광물들이다. 일치용해 반응의 예로, 다음과 같은 방해석의 용해 반응을 살펴보자:

CaCO3(방해석) → Ca2++ CO32- (R3)

반응 (R3)은, 용해되는 광물인 방해석 내 Ca와 CO3의 성분비가 1:1인 것처럼 물에 용해되는 Ca와 CO3의 성분비도 1:1이므로, 일치용해 반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광물 중 많은 수가 이와 같은 일치용해를 하나, 암석과 토양을 주로 구성하는 대부분의 규산염 광물과 산화 및 수산화 광물들은 불일치용해 반응을 한다. 불일치용해 반응의 예로 다음과 같은 정장석 (KAlSi3O8)의 용해 반응을 살펴보자:

2KAlSi3O8(K-장석)+9H2O+2H+ → 2K++Al2Si2O5(OH)4(카올리나이트)+4H4SiO4 (R4)

위 반응 (R4)에서 용해되는 정장석 내 K:Al:Si의 성분비는 1:1:3인데 반해 용해되어 수용액으로 유리되는 K:Al:Si의 비는 1:0:2로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일치용해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하나의 광물이 용해될 때, 이 광물에 대해 포화될 정도로 그 성분들의 농도가 높아지기 전에 일부 성분들의 농도가 다른 광물 (또는 고상)에 대해 포화되어 그 다른 광물을 침전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불일치 용해가 일어나는 경우, 물은 용해되는 광물에 대해 언제고 불포화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성분들의 농도는 일치용해 반응의 경우 용해되는 광물의 포화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반해, 불일치용해 반응의 경우 용해 및 침전되는 고상들의 상대적 안정성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광물이 용해되는 정도는 용해 반응의 평형 상수에 의해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화학 반응의 평형 상수, 는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1)

이때, 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종류이고, 은 이들의 개수이며, 는 의 활동도 (activity), 그리고는 의 반응 계수를 나타낸다. 활동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Nordstrom and Munoz (1994)와 같은 문헌을 참고하기 바란다. 예로, 일치용해 반응 (R3)에 대한 평형 상수를 식에 (1)에 따라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다:

(2)

만일 용해되는 방해석이 순수한 CaCO3라면, 식(2)에서 CaCO3의 활동도는 1이 되므로 식(2)의 평형 상수는 단순히 방해석을 구성하는 칼슘 성분과 탄산 성분의 활동도의 곱으로 나타내 진다. 이와 같이 한 광물의 각 성분들의 활동도의 곱으로 나타내진 평형 상수를 특별히 "용해도적 (solubility product)"라고 하고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3)

주어진 온도 압력에서 한 반응에 대한 평형 상수의 값은 흔히 그 반응에 의한 표준 깁스 자유에너지 변화 값, 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4)

이때, R은 기체 상수이며, T는 절대 온도이다. 식 (4)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 또는 이의 유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Nordstrom and Munoz (1994)와 같은 열역학 전문 서적을 참고하기를 권한다. 주어진 반응에 대해 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5)

이때, 와는 각각 반응물 (또는 생성물) 의 반응 계수 및 1 몰당 깁스 자유에너지이며, 반응 계수 는 식 (1)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반응물에 대해서는 음의 부호를, 생성물에 대해서는 양의 부호를 갖는다. 식 (5)를 이용해 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반응에 참가하는 모든 반응물과 생성물의 몰당 깁스 자유에너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들의 몰당 깁스 자유 에너지는 Robbie et al. (1978) 및 Helgeson et al. (1979)과 같은 문헌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용해 반응과 이의 평형 상수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기와 접촉하고 있는 물이 방해석을 용해시켜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그 물의 수질이 어떻게 될 것인지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계산은 간단한 경우에 한해서 가능한 반응들의 수 및 그들의 평형 상수들을 조사하고, 반응에 참가하는 화학종의 (미지수의) 종류 및 수를 정한 후, 전하 균형식 (charge balance equation) 또는 질량 보존식 (mass balance equation)을 써 나가는 순으로 하면 답을 얻기 쉬운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절차에 대해서는 Stumm and Morgan (1996)과 같은 문헌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계산한 결과를 보면 대기 및 방해석과 접촉하여 평형을 이루고 있는 물의 pH는 8.3이고, 경도는 약 50 CaCO3 mg/L가 됨을 알 수 있다. 위에서는 단지 방해석만이 물과 접촉하여 용해되는 경우 그 수질이 어떻게 되는가를 계산하였으나, 실제의 경우에는 방해석뿐만 아니라 그 밖에 여러 다른 광물들도 물과 반응하여 용해된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광물들의 용해 반응에 의해 결정되는 물의 수질 특성 역시 모든 용해 반응들에 대한 평형 상수식과 전하 균형식 또는 질량 보존식을 연립하여 예측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반응하는 광물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화학종의 수 또한 많아져 연립방정식을 하나 또는 두 개의 화학종에 대해 정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혹시 정리한다 하더라도 4차 이상의 고차 방정식이 되어 대부분의 경우 일반 산술적인 방식으로는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없다. 일반 산술적인 방식으로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없는 경우, 최적화 (optimization)이나 근사치 평가 (approximation) 기법을 이용한 반복 계산 (iteration)에 의해 그 해를 구한다. 반복 계산의 양은 미지수의 수 또는 방정식의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렇게 많은 계산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흔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이 프로그램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Appelo and Postma (1993)와 같은 서적을 참고하기 바란다. 위에서 광물과 물과의 용해 반응이 어떻게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든 반응들이 평형을 이룬다는 가정 하에 설명하였다. 이와 같이 화학 반응이 평형에 도달하였다는 전제하에 그 반응의 결과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것을 평형 모델링 (equilibrium modeling)이라 한다. 만일 지하수나 지표수가 이동 경로 상에서 접촉하는 모든 광물과 반응하여 정말로 평형에 도달한다면, 이들의 수질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평형 모델링을 통해 어떻게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수가 접촉하는 모든 광물과 반응하여 평형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자연수가 광물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어떤 광물-물간의 반응이 평형에 도달하기에 충분할 수도 있지만, 다른 광물-물간의 반응이 평형에 도달하기에는 너무 짧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석회규산염암 지대를 흐르는 지하수가 이 암석의 구성 광물인 석영, 방해석 및 투휘석과 접촉하는 시간이 수개월에 이른다고 생각하면, 이 지하수는 방해석과의 반응에 대해서는 평형을 이룰지 모르지만 석영 및 투휘석과의 반응은 평형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당연히 석영이나 투휘석과 지하수가 반응하여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이 몇 개월보다는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광물-물간의 반응이 평형에 도달하지 못하여 평형 모델링으로 이 반응에 의한 수질 변화의 해석이 곤란할 경우에는 평형 모델링 대신 반응 속도 모델링 (kinetic modeling)을 사용하여야 한다. 반응 속도 모델링이란 각 반응의 진행 속도를 바탕으로 반응 결과를 예측하는 것으로, 다시 말하면 주어진 시간에 반응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가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반응 속도 모델링은 평형 모델링에 비해 시간에 따라 수질이 어떻게 변해 가는가를 계산해 낼 수 있으며, 무한대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결국 평형 모델링의 결과와 같은 결과를 낸다. 이러한 점에서 대부분의 자연수 수질 해석에 반응 속도 모델링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실제로 자연수 수질의 해석에 있어 반응 속도 모델링을 적용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 이유는 반응 속도 모델링은 여러 개의 미분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그 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각 반응에 대한 속도 상수 (rate coefficient) 및 반응 차수 (order of reaction) 자료가 상당히 부족해서 실제의 경우에 적용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의 경우 평형 모델링 또는 반응 속도론 모델링을 이용하여 광물-물간의 반응으로부터 자연수의 수질을 정확히 정량적으로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비록, 여러 광물들과의 용해 반응 결과로 인한 수질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응 광물들의 종류와 양으로부터 수질을 정성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유재영 등 (1994)은 춘천 지역 기반암의 종류에 따른 지표수의 화학적 특성을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화강암 지역의 지표수는 대리암 지역의 지표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Na를 많이 포함한 반면 Mg, Ca, CO3는 적게 포함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는 지표수가 화강암 지역에서는 화강암 내의 알바이트 (NaAlSi3O8)에 가까운 Na-사장석과 주로 반응한 반면, 대리암 지역에서는 이 암석의 주구성 광물인 방해석 (CaCO3) 및 돌로마이트 (CaMg(CO3)2)와 반응하였기 때문이다. 유재영 등 (1994)은 이밖에 여러 지역을 흐르는 지표수의 화학 조성을 비교하였는데, 대개 광물 조성이 비슷하면 유사한 수질을 그렇지 않으면 매우 상이한 수질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림 1은 춘천 지역 하천수 수질을 군집 분석하여 그들 상호 간의 유사성을 계산한 결과, 기반암의 구성 광물이 유사한 지역의 하천은 그 수질 또한 매우 유사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질이 광물의 종류에 따라 결정됨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자연수가 이동하는 동안 오염되지 않고 광물과의 반응 및 생물과의 상호 교류에 의해서만 그 수질이 결정된다면, 이 자연수는 인간이 그대로 마시거나 또는 약간의 처리만으로 마실 수 있을 만큼의 수질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드문 경우에 오염 없이 단순히 광물-물간의 반응만으로도 오염된 경우보다 더욱 형편없는 수질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의 가장 대표적인 예를 황철석과 물과의 상호반응에서 볼 수 있다. 황철석은 일반적인 암석 내에서 흔히 관찰되는 광물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유용한 광물 및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인 광맥 및 석탄층 내에도 다량 존재한다. 문제는 인간이 이들 유용 광물이나 석탄을 채취하기 위해 지하 갱도를 개설함으로써 많은 양의 황철석이 물 및 공기 (산소)와 접촉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 및 공기와 접촉한 황철석은 다음과 같은 불일치 용해 반응을 통해 산화 및 용해된다.

FeS2 + 3.75O2 + 3.5H2O = Fe(OH)3 + 2SO42- + 4H+ (R5)

위 반응 결과, 많은 양의 황산 이온 및 수소 이온이 물에 방출되면서 물의 pH가 낮아지고, 이렇게 낮은 pH를 갖는 물과 많은 광물들이 서로 반응하여 그 구성 성분들이 용해 및 침출된다. 그 결과, 황철석과 반응한 물들은 pH가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경도 및 중금속의 함량을 갖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를 흔히 산성 배수 (acid drainage) 또는 산성 광산 배수 (acid mine drainage; AMD)라 부른다. 표 5는 강원도 강릉 임곡 지역의 탄광 배수의 화학 조성과 같은 지역 오염되지 않은 하천수의 화학 조성을 비교한 것으로, 황철석의 산화 및 용해로 인해 탄광 배수의 용존 성분 함량이 세계 평균 담수의 것보다 적게는 수십 배 크게는 수천 배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배수가 하천에 유입되면, 하천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고 결국에는 하천 및 그 주변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된다. 엄밀히 말해, 산성 배수의 유입은 인간이 직접 물질을 유입시키는 행위라 보기는 어려우나, 근본적으로 인간에 의한 자연계의 교란 (채광 행위)에 의해 야기된 것이므로 광의의 오염이라 생각할 수 있다. 산성 배수는 채광과 같은 교란 행위가 있는 광산 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일 뿐, 그렇지 않은 일반 지역에서는 잘 관찰되지 않는 것이다. 흑색 셰일, 인산염암, 그리고 방사능 원소를 많이 포함한 암석 등이 기반암을 이루는 지역의 지하수 및 지표수가 오염 없이도 아주 위험한 수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보고된 바 있으나, 이러한 경우 또한 흔치 않은 일이다.

3-2. 이온 교환 반응과 수질에 계속

  머릿말
  1. 수질의 개념 및 수질 지시자
  2.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4. 맺음말
  5.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