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沙汰; landslide)는 다량의 암석 및 토양 등이 떨어지거나 사면의 경사 방향으로 비교적 빠르게 미끄러지거나 흘러내리는 것을
지칭한다. 사태는 지표 물질이 풍화됨에 따라 침식의 일환으로 일어나는 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흔히 일어났던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일이다.
이러한 사태는 인류에 의해 개발이 진행될수록 더욱 빈번히 발생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그 피해도 늘어 갔으며, 결국 인류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자연재해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태가 우리에게 어떻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는 최근에 일어난 피해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011년 7월 27일 오전 8시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변 아파트 단지와 전원 마을 등 인근 지역이
토사에 매몰되고, 16명의 사망자 발생했다(그림 4-4-1, 4-4-2). 이 산사태는 7월 26일 오후 4시 20분부터 27일 오전 7시 40분까지 약 15시간 동안의
호우(서초 관측소 230mm, 남현 관측소 112.5mm)로 지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이후 1시간 동안 폭우(서초 85.5mm, 남현 112.5mm)가 쏟아짐에 따라 지반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산사태로 그동안의 사태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음이 지적되었고, 이를 계기로 우면산을 포함한 서울의 여러
산에 대한 산사태 안정성을 조사하고,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그림 4-4-1. 우면산 기슭이 무너져 예술의 전당 앞 도로부터 사당사거리 사이 남부순환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6839).
그림 4-4-2. 2011년 7월 27일 우면산 산사태 유튜브 동영상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embed/J2vkhY7gqQM").
2013년 1월 11일 눈으로 덮인 윈난성 진웅현 한 농촌 마을을 산사태가 덮쳤다(그림 4-4-3). 중국 당국은 재난 구호팀을 긴급히 투입하고
매몰자를 구하고자 하였지만, 결국 매몰자 46명 전원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 산사태는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에 한 달 간 계속 내린 눈과 비로
인해 사면 물질이 미끄러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그림 4-4-3. 2013년 1월 11일 중국 윈난성 진웅현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대가 작업하는 모습
(사진 출처: http://www.anewsa.com/detail.php?number=438539&thread=05r02).
4-4-1. 사태의 발생 및 사면의 안정도
사태는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사면 물질이 불안정해져서 중력에 의해 사면의 경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아래 그림 4-4-4는 사면 물질에 작용하는 힘을 모식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사면에 평행한 힘 두 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사면의 경사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F)은 사태를 일으키는 구동력(driving force)이고, 경사 반대 방해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Ffric)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마찰력(frictional force)이다.
그림 4-4-4. 사면에 미치는 힘.
사면 물질의 질량이 M이면, 이 질량에 의한 중력 방향의 힘 Gm = Mg (g는 중력가속도)이다. 사면의 경사가 α일 때, 구동력과
마찰력은 아래와 같이 주어진다:
F = Gm sin α
Ffric = μ Gm cos α
위 식에서 μ는 사면의 마찰계수이다.
만일, F < Ffric 이면 사면 물질은 안정하게 존재할 것이며, 반대로 F > Ffric이면 사면 불질은 불안정해져서 경사 방향으로
움직여 사태를 일으킬 것이다. 즉, 사태의 발생 여부는 구동력과 마찰력의 상대적 크기, 또는 아래와 같은 이 두 힘의 비율, 즉 사면의
안정도(SF; safety factor)에 의해 결정된다.
SF = F/Ffric
SF < 1 ; 사면 안정
SF > 1 ; 사면 불안정
(위와 같은 사면 안정도 계산은 매우 간단한 시스템에 대한 것이고,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한 실제적인 계산은 이보다 복잡할 수 있다. (그림 4-4-5))
그림 4-4-5. 보다 실제적인 토양 사면의 안정도 계산의 예
(출처: http://www.fao.org/docrep/006/T0099E/T0099e01.htm)
4-4-2. 사면의 안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사면의 안정도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요인들은 구동력 및 마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로, 그 중 중요한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질구조: 절리, 층리 및 단층면 등의 면구조가 사면과 나란할수록 (마찰력이 적어져서) 사면이 불안정하다(그림 4-4-5).
그림 4-4-6. 지질구조에 따른 사면 안정도의 차이
(그림 출처: http://gomyclass.com/geology10/files/lecture15/html/web_data/file38contents.htm).
사면 물질의 양: 많을수록 불안정하다
사면 물질의 종류: 약한 물질일수록 불안정하다. 일반적으로 토양, 퇴적물, 암석 순으로 사태에 취약하다. 암석일 경우 셰일이 사암에
비해 취약하다.
지형, 특히 경사: 경사가 클수록 사태 가능성이 높다.
물: 물은 어느 정도까지는 응집력을 증가시켜 사면의 안정성에 기여하나, 또한 동시에 사면의 하중을 증가시키고, 수압의 증가로 인한
입자간 지지력을 약화시키며, 화학적 풍화를 보다 용이하게 하여 마찰력을 감소시키므로 사면을 불안정하게 한다. 또한 물로 포화된 사면은
작은 충격에도 입자간 지지가 사라지면서 액화되어 토석류나 이류가 생길 수 있다(그림 4-4-7).
그림 4-4-7. 수물에 의해 사면이 어떻게 불안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그림 출처: http://gomyclass.com/geology10/files/lecture15/html/web_data/file38contents.htm).
기후(특히, 온도와 강수량): 풍화 속도 및 물의 역할과 밀접히 관련된 요인으로,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을수록 사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생: 사면에 자라는 식물들은 사면의 하중을 증가시키기는 하지만, 빗물로부터 사면을 보호하고, 빗물이 좀 더 사면에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도와 입자침식을 방해하므로, 사면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이런 식물들을 벌목등을 통해 잘라내면, 뿌리는 계속 물을 빨아들이는데 반해 잎을 통한
증산 작용이 없기 때문에 사면을 불안정하게 한다. 더욱이 벌목 후 뿌리가 썩으면 이로 인해 사면의 마찰력이 크게 감소하여 사태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화재로 식물들이 타버리면 초기에는 재 및 기타 화재 후 소수성 물질 때문에 사면에 물이 쉽게 스며들지 못해 안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벌목과 비슷한 이유로 불안정해지게 된다(그림 4-4-8).
그림 4-4-8. 화재로 인해 사면의 식물이 제거된 후 잦은 사태를 보이는 모습
(사진 출처: http://gomyclass.com/geology10/files/lecture15/html/web_data/file38contents.htm).
시간: 사면의 안정도는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므로 주기적으로 사면의 안정도를 끊임 없이 점검하여야 한다.
4-4-3. 개발과 사태
인간에 의한 개발은 피치 못하게 사면을 변형시키고, 그로 인해 사면을 불안정하게 하여 좀 더 자주 그리고 많은 곳에서 사태가
일어나도록 한다. 개발에 의한 사태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원인 때문이다:
지질 조건의 악화: 층리, 절리, 단층면 등의 층상 구조나, 풍화에 약한 암층을 노출시켜 사면을 불안정하게 한다.
물의 누출: 상수 및 하수관, 저수조 및 정화조 등을 통한 누수, 그리고 용수 활동으로부터의 물의 유입 등이 사면의 안정도를 크게
떨어뜨린다(그림 4-4-9).
지형의 인위적 변화: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면의 길이나 경사를 증가시키거나 사면 하단부를 깍아 상대적으로 사면 하중을 늘림으로써 사면이
불안정하게 된다(그림 4-4-10).
그림 4-4-9. 수도관이 터져 물이 누출됨으로써 일어난 사태. 이 사태는 규모 6.3의 L'Aquila 지진으로
촉발되었다 (이탈리아) (사진 출처: http://www.air-worldwide.com/Pub...%3D17228)).
그림 4-4-10. 개발에 따른 지형 변화로 인한 사태의 예.
(그림 출처: http://gomyclass.com/geology10/files/lecture15/html/web_data/file38contents.htm).
4-4-4. 사태의 인식 및 예방
사태에 의한 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태 가능 지역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들 지역에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한편, 사람들이 활동하는 것을 가능한 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태 가능 지역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다.
지질 조사: 지질학적으로 사태에 취약한 지역을 구분한다.
이전 사태 빈도 조사: 과거로부터 사태가 좀 더 자주 발생한 지역을 구분한다.
사면 안정성도(slope stability map) 작성: 각 사면의 사면 안정성을 평가하여 공간적으로 사태가 가능지역을 표시한다(그림 4-4-11).
그림 4-4-11. 하와이 오하우 섬의 사면안정성도 일부
(그림 출처: http://www.soest.hawaii.edu/GG/FACULTY/aly/slide.html).
이 밖에 특정 사면의 사태 위험성은 다음과 같은 징후를 관찰함으로써 인지할 수 있다.
건물 벽 등의 깨짐(그림 4-4-12)
창문 틀의 어그러짐 (비틀림)
지하관의 파손, 누수(그림 4-4-9)
나무, 전신주, 울타리의 삐뚤어짐, 기울어짐(그림 4-4-13)
사면 기저에 물이 스며나옴(그림 4-4-14)
그림 4-4-12. 2007년 미국 메인주 Brunswick 사태 당시 건물 바닥에 생긴 균열
(사진 출처: http://www.maine.gov/doc/nrimc/mgs/explore/hazards/landslide/facts/nov07.htm).
그림 4-4-13. 사면의 기울어진 전신주, 휜 나무, 및 비뚤어진 울타리 모습. 이러한 모습은 토양의
포행에 의한 것으로, 사면의 미고결 물질이 느리게 움직이면서 만드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단 기간에 뚜렷할 때는
급작스런 사태를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림 출처: http://www.gsa.state.al.us/gsa/g...eep.html).
그림 4-4-14. 모래 사면 기저에 물이 침출되는 모습. 이러한 사면은 사태의 가능성이
높다(사진 출처: http://www.wjgl.com/sites/default/files/imagecache/photo/photos/sand_and_water_slope_instability.jpg).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안정 사면에 변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 사태의 위험성이 높은 사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공학적
보강을 통해 안정화 시킨다. 공학적으로 사면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배수: 사면에 배수관 및 배수로를 설치해 물을 제거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인다
경사완화: 계단식 정리 작업(cut and fill, benching)을 통해 사면을 완화시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그림 4-4-15)
축대(retaining wall) 쌓기: 사면 아래에 사면 물질을 지지할 수 있는 축대를 쌓아 사면 안정성을 높인다(그림 4-4-16)
암석 볼트 박기(rock bolting): 사면에서 떨어지거나 미끌어지기 쉬운 암석을 볼트를 통해 고정하여 안정성을 높인다(그림 4-4-17)
그림 4-4-15. 계단 모양의 사면 정지 작업을 통해 사면의 안정도를 높이는 모습
(사진 출처: http://www.rawell.co.uk/landscaping_solutions_product_applications/stabilisation_of_cover_soil.php).
그림 4-4-16. 축대를 쌓아 사면을 안정화 한 모습
(사진 출처: http://www.evansvillebasementrepair.com/foundation-repair/foundation-problems/collapsing-retaining-wall.html).
그림 4-4-17. 급사면의 떨어지기 쉬운 암반을 암석 볼트를 통해 고정하는 모습
(사진 출처: http://westernhps.com/gallery.htm).
